[재점화 되는 '오일쇼크'] <2> 취약한 석유 공급기반

하루 1%만 공급차질 생겨도 국제유가 상승으로 이어져
잉여 생산력 하루 100만배럴 불과 '위태위태'
수요는 급증하는데 정제시설 능력은 바닥
"지정학적 문제 풀려도 유가 잡기엔 역부족"




이란 핵, 나이지리아 문제 등 최근 유가급등세를 이끄는 정치적 문제들이 잘 마무리됐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유가 상승세가 진정될 수 있을까. 일시적으로 가능할지는 모르지만 현재 유가는 이 같은 정치ㆍ군사적인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상승행진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구조적으로 석유 공급기반이 너무 취약하기 때문이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산유국들이 원유 공급을 늘려주고 싶어도 불가능한 것이 현 상황”이라며 “한 예로 여유(잉여) 생산능력이 한계점에 도달한 것을 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06년 기준으로 하루 원류 생산량은 8,500만배럴. 취약한 공급기반은 이중 1%인 80만배럴의 공급 차질이 생겨도 유가 상승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이 같은 취약한 공급기반을 해결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산유국, 잉여 생산능력 바닥=과거 저유가가 가능했던 것은 산유국들이 충분한 잉여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잉여 생산능력이란 총 생산능력에서 현재의 생산량을 뺀 수치. 석유수출국기구(OPEC) 기준으로 저유가 시대에는 잉여 생산량이 20% 정도였다. 즉 수요가 늘면 그 즉시 잉여 생산 물량을 방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사정이 다르다. 석유공사의 분석에 따르면 OPEC 회원국의 잉여 생산능력은 3%. 하루 100만배럴에 불과하다. 5% 정도를 추산하는 연구기관도 있으나 별 차이가 없다. 잉여 생산능력의 급감은 늘어나는 수요를 그저 바라만 보게끔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실제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에 의하면 총 생산능력과 석유생산량 그래프가 거의 일치하고 있다. 그만큼 추가 생산능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정상적인 그래프는 총 생산능력이 생산량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산유국들은 저유가 시대를 거치면서 막대한 채무부담을 안게 됐다. 이렇다 보니 생산능력 확충을 위한 투자에 엄두를 내지 못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채무부담이 현재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설상가상으로 정제 능력과 시설도 바닥=산유국이 당장 원유 생산량을 늘린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국제 원유시장에 석유가 충분히 공급될 수 있을까. 결론은 ‘노(NO)’다. 원유를 석유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제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정제 능력 및 시설도 형편없기 때문이다. 석유공사 분석에 의하면 전세계 정제시설 가동률은 현재 95%에 이른다. 사실상의 풀 가동인 셈이다. 그럼에도 석유가 없어 난리다. 이유는 최근 2년간 석유 수요는 6.4% 늘었는데 정제 능력은 1.2% 증가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정제시설의 절대량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이렇다 보니 여유 정제시설도 없어 원유를 들여와도 석유 등으로 정제하지 못하고 있다. 정제시설은 완성까지 적잖은 시간이 소요된다. 당장 정제시설이 늘어도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최소 2년 정도가 걸린다는 게 석유공사의 분석이다. 아울러 석유제품의 경우 중간유분(항공유ㆍ경유ㆍ난방유 등)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데 비해 현재 정제시설은 낡아 이를 충당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도 취약한 석유 공급기반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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