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금리인상… 콜금리 인상론에 힘실을 듯

유럽중앙은행(ECB)이 5년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함으로써 우리나라 콜금리 조정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CB는 시장의 예상대로 1일 기준금리를 연 2.00%에서 2.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ECB가 무려 5년만에 금리인상을 단행한 것은 유로화 통용 서유럽 국가들이 본격적인 금리상승 기조에 들어섰음을 뜻하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유로권이 3.4분기 경기호전속에 고유가로 인한 물가상승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취한 조치로 해석된다. 미국이 최근 1년반동안 12차례 연속 금리를 인상, 정책금리를 연 1.00%에서 4.00%로 끌어올린데다 향후 1-2차례 더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ECB가 늦게나마 가세함에 따라 전세계는 이미 저금리 기조에서 탈피해 고금리 시대로 나아가는 대세가 굳혀진 셈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0월 회의에서 콜금리를 연 3.50%로 0.25%포인트 끌어올린 후 11월에는 금리를 동결한 바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경기회복의 불확실성을 들어 여전히 콜금리 추가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으나 한은은 경기회복세가 확실하다면 적절한 시점에 콜금리의 추가인상을 단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콜금리 인상론의 근거로는 물가상승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내외금리차 확대에 따른 자본의 해외유출 문제도 주요한 고려요소 가운데 하나다. 미국의 계속된 금리 인상으로 한미간 정책금리가 역전, 0.50%포인트나 벌어진 상황이며 그로 인해 기관투자가들의 해외채권투자가 급증하는 등 자본의 해외이탈조짐이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0월의 경우 내국인의 해외채권 투자에 따라 순유출된 자금은 총 9억7천350만달러로, 이 가운데 파생금융상품 투자액은 2억8천350만달러 순유입됐으나 중장기채 투자는 무려 12억3천920만달러 순유출을 기록했다. 이는 9월보다 순유출규모가 2억달러 이상 늘어난 것이다. ECB의 기준금리는 여전히 우리나라 정책금리보다는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유럽시장으로의 자본유출을 당장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ECB의 향후 추가 금리인상 속도와 환율변동에 따라 콜금리 조정 과정에도 일정정도의 영향이 예상된다. 앞으로 ECB의 금리인상 행보가 어떤 수위까지 진행될지 현시점에서 속단하기는어렵지만 유로권의 정책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지고 일본 등 여타 주요국가들이 금리인상에 가세할 경우 우리나라 콜금리 인상을 더욱 압박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것이 한은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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