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은 흑을 쥐고 먼저 둘 때 생기는 이득을 상쇄하기 위한 제도. 「선착의 효는 몇집이나 될까」는 최근 60년동안 논쟁꺼리였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현재의 「5집반」 덤규정으로는 흑이 유리하다는 사실이다.92년 「월간 바둑」 조사에 따르면 85~92년 벌어진 국내 신문기전에서 흑의 승률은 5집반일 때 54.5%, 6집반이면 50.7%, 7집반이면 47.8%였다. 즉 덤이 6집반이 되어야 승률이 반반으로 나온다는 결론이었다. 이런 차이는 해가 갈수록 더 커진다. 98년에는 총50국의 타이틀전에서 흑이 31승, 백이 19승을 거둬 흑의 승률이 60%를 넘어섰다.
이에따라 98년 LG배 세계기왕전에 이어, 99년 삼성화재배도 덤 규정을 바꿨다. 올해 한·중·일 대항전으로 창설된 농심 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흥창컵 세계여자바둑 선수권 대회도 덤이 6집반이다. 우리나라가 주최하는 국제대회는 모두 덤이 6집반인 셈이다.
보수적인 국내 기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20일 개막된 SK엔크린배 명인전이 올해부터 덤을 6집반으로 바꾸기로 한 것. 또 바둑TV가 새로 창설한 맥심배 입신연승 최강전, 가우디배 입단동기 대항전, 청풍공기청정기배 프로시니어전 등 3개 기전도 6집반이다. 이에따라 다른 국내기전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추어 대회도 마찬가지다. 아마추어에게도 문호를 개방한 삼성화재배 오픈전, 올해 창설된 삼성생명배 아마바둑선수권대회, 아시아바둑 아마선수권대회 등도 6집반을 채택하고 있다.
PC통신 바둑도 이를 외면할 수 없는 일. 유니텔은 지난달 15일 새로운 통신바둑망인 「32비트 유니바둑」을 서비스하면서 덤을 6집반으로 바꿨다. 유니텔은 7월 한달간 유니바둑 사용자 1,87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1,878명 가운데 과반수 이상인 57.3%가 6집반을 선호했다고 밝혔다. 반면 5집반은 겨우 26.3%. 7집반도 16.3%에 달했다.
그렇다면 흑을 쥐면 왜 유리할까. 전문가들은 『바둑 이론이 발전할수록 흑을 쥔 사람이 주도권을 잡게 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즉 요즘에는 바둑판의 귀와 변에 한정돼 있던 과거의 정석에서 벗어나 흑번으로 선착의 효를 살리면서 중앙을 장악하는 바둑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창호9단, 유창혁9단 등 정상급 기사들이 「6집반」에서도 흑을 쥐고 싶다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처음으로 덤 제도가 적용된 기전은 39년 창설된 일본의 혼인보전. 덤은 4집이었다. 국내에서는 56년 국수전부터 4집반 제도를 도입했다. 4집반 시대는 20~30년 동안 일세를 풍미하더니 70년대부터 점차 5집반에 밀려나게 된다. 지금의 대세는 6집반. 덤 크기와 더불어 바둑 기술도 진화·발전하고 있는 셈이다.
최형욱 기자CHOIHU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