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에서 외교통상부장관을 지낸 무소속 한승수 의원이 9일 한나라당에 입당해 '도의적 비난'이 확산되고 있다.한 의원은 이날 당사에서 회견을 갖고 "대의를 위해 백의종군 심정으로 한나라당에 복당했다"며 "이회창 후보가 16대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현 정부의 외교정책과 대북정책의 중추적 역할을 해온 수장이 정권이 채 끝나기도 전에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한나라당으로 옮긴 데 대해 비난하고 있다.
정부 한 고위관계자는 "한 장관의 성향이 원래 한나라당쪽이라지만 정권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너무 한 게 아니냐"며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분개했다.
한 의원은 특히 외교통상부장관 뿐만 아니라 유엔총회 의장을 지내는 등 현 정권으로부터 많은 배려를 받아왔다는 점에서 "철새행보"라는 비난도 면키 어렵게 됐다.
한 장관은 또한 이날 회견직후 '현 정부의 햇볕정책과 이에 비판적인 한나라당의 대북정책과의 차이'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북 화해정책에 대한 각 당의 견해차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전직 장관으로서의 최소한의 소신도 없는 무책임한 답변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민주당도 논평을 통해 "햇볕정책 전도사 역할을 수행해 온 한 의원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여기며 대북 강격책을 펴고 있는 한나라당에 입당한 것은 기본적인 정치도리마저 내팽개친 처사"라며 "한나라당도 의원 빼오기식 구태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홍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