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위그룹, 稅혜택도 최상위?

국회의원·고위 공직자 등 월평균 세금 17만원 그쳐
전문가그룹 76%에 불과 "조세정책 공평성 공염불"


정부가 ‘유리알 지갑’인 일반 근로자들에 대한 갑종근로소득세(갑근세)를 내년에도 큰 폭으로 늘리는 것을 놓고 논란이 일더니 이번에는 국회와 지방의회 의원, 행정부의 고위급 인사, 기업체 고위 임직원 등 대한민국의 최상위 그룹에 포진한 사람들의 납세액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는 조세정책의 큰 방향을 공평ㆍ투명성에 두겠다고 누누이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운용은 그리 높은 점수를 주기에 미흡해 보인다. 통계청의 ‘3ㆍ4분기 도시가구 가계수지 동향’을 통해 9개 직업군의 소득과 지출을 분석한 결과 이들 최상위 그룹은 자신들의 실제 소득에 비해 세금은 덜 내고 있는 반면 자녀 과외비에 많은 돈을 지출하고 건강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통계청 직업군 분류체계에 따르면 최상위 그룹에 해당되는 ‘의회의원, 고위임직원 및 관리자’는 입법ㆍ사법ㆍ행정부의 1급 이상 공무원과 기업체의 고위직 임직원, 국회의원, 지방의원, 구청장, 부시장급 이상의 지방자치단체 고위직 등을 말한다. 이들 그룹이 올들어 지난 9월까지 납부한 세금은 월평균 17만1,201원으로 전문가 그룹(과학ㆍ법률 전문가 및 교사 등) 22만2,827원의 76.8%에 불과했다. 최상위 그룹은 지난해에도 월평균 18만1,024원, 2003년에는 14만8,341원을 조세 부분으로 지출, 전문가 그룹이 낸 20만2,571원과 17만4,069원보다 훨씬 적었다. 최상위 그룹의 공적연금 지출액도 올들어 9월까지 월평균 11만7,278원으로 전문가 그룹 14만4,421원의 81.2% 수준에 머물렀다. 전문가 그룹은 지난해에도 월평균 14만4,843원을 지출했으나 최상위 그룹은 73.8%에 불과한 10만6,934원을 납부했다. 최상위 그룹의 세금은 이처럼 전문가 그룹보다 적지만 실제 소득은 그리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들어 9월까지 이들의 월평균 소득은 450만7,170원으로 전문가그룹의 458만3,711원에 비해 약간 낮았다. 특히 2ㆍ4분기 이후에는 최상위 그룹이 오히려 많았다. 지난해에 이들 그룹의 소득은 월평균 435만3,453원으로 전문가 그룹의 441만6,524원보다 적었지만 2003년에는 438만2,499원으로 전문가 그룹의 411만4,446원보다 오히려 많았다. 세금은 이처럼 적게 내는 반면에 최상위 그룹은 보충교육비로 지난 3ㆍ4분기에 월평균 31만8,125원을 써 전문가 그룹의 22만3,133원보다 42.6%나 많았다. 자녀들의 과외를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은 또 교양ㆍ오락서비스 지출액도 16만4,327원으로 9개 직업그룹 가운데 가장 많았다. 건강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소ㆍ해조류 지출액은 3ㆍ4분기에 월평균 4만9,348원으로 전문가 그룹 3만7,946원 등보다 많았고 과실류 지출액도 6만367원으로 다른 그룹보다 훨씬 많았다. 한편 재정경제부는 이 같은 분류에 대해 “통상적으로 최상위 계층은 소득수준별로 구분해 소득이 가장 높은 그룹을 의미하며 단지 직업을 갖고 분류하는 것은 아니다”며 “9개 업종의 경우 업종별 수평적인 개념일 뿐”이라고 밝혔다. 재경부는 이어 “장관과 국회의원의 개별적인 월평균 소득세 부담액은 91만5,000원과 78만7,000원 등으로 알려진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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