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프 "벤처 혁신 땐 한국이 100년 승자"

밀켄 컨퍼런스서 본지와 인터뷰


세계적 석학인 케네스 로고프(61·사진) 하버드대 교수는 한국 벤처기업이 창조적 혁신을 이룰 경우 앞으로 100년간 세계 경제에서 한국이 승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가 성공하려면 대기업 지원보다 벤처생태계 확충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29일(현지시간) 밀켄 글로벌 컨퍼런스가 열리고 있는 캘리포니아주 비벌리힐스 비벌리힐튼호텔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의 창조성과 혁신 능력에 깊은 인상을 받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로고프 교수는 유럽 위기의 해결 방안으로 재정긴축 정책의 이론적 틀을 제공한 거물 경제학자다. 그는 "한국인은 기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세계를 이끄는 창조성을 발휘하고 있으며 금융·법률 등의 안정된 시스템도 갖고 있다"며 "한국인은 천성적으로 창조적인 DNA를 가졌다"고 극찬했다.

다만 로고프 교수는 "기업 측면에서 창조성은 오직 삼성·현대차 등 대기업에서만 나오는 반면 소기업 및 벤처기업은 구조적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인들의 막강한 창조력과 우수한 인력을 더 활용해 벤처기업도 창조성을 발휘하도록 지원한다면 한국은 향후 100년간 세계 경제를 지배하는 승자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대기업과 벤처기업이 균형을 이루고 동시에 창조성을 발휘하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뜻이다.

로고프 교수는 현재 한국 경제상황에 대해서도 "낮은 인플레이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등 일부 우려 요인에도 불구하고 명백하게 회복되고 있다"고 호평했다. 다만 그는 중국 경기둔화, 연준의 급격한 출구전략, 아베노믹스 실패 등을 3대 리스크로 꼽으면서 이들이 앞으로 수년간 한국 경제의 진로를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로고프 교수는 연준 금리인상의 충격에 대해 "처음 두세 라운드는 한국을 비롯한 모든 신흥시장이 패닉에 휩싸일 것"이라면서도 "나중에는 구조개혁 지연, 경상수지 적자 등 취약국에 위기가 집중되는 차별화가 가속화하며 (펀더멘털이 튼튼한) 한국은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엔화가치 하락으로 한국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데 대해 "오히려 아베노믹스가 실패하면 일본의 천문학적 정부 부채 뇌관이 터지면서 국채금리 급등 등 일본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고 한국에도 전염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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