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현종의 글로벌 워치] 지구촌 경제 화두 '연금개혁'

'많이 내고 적게 주기' 묘책 찾아라
급속한 고령화에 재정 고갈…세계경제 '태풍의 눈'
'적립형' 전환 추세속 다층 연금구조 구축 등 추진
정년 대폭 늘려 노동생산성 높이기도 대안 떠올라


『 많은 국가에서 난리다. 잘사는 나라들이 더하다. 한국도 지난 주 대통령이 직접 나서 더 늦기 전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금 제도-지구촌 최대의 난제 고령화와 맞물려 상황이 갈수록 꼬여가는 문제다. 각국의 실태를 살펴보고 관련 제도 개혁의 방향을 진단해본다. 』 지구촌은 지금 연금 개혁중이다. 특히 고령화 추세가 두드러진 서유럽과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보다 뚜렷해지고 있다. 이들 나라 문제의 핵심은 한마디로 재정 즉 돈이 모자란 거다. 즉 들어오는 돈보다는 지급해야 할 재정이 갈수록 부족해지는 데서 오는 문제다. 개혁은 '적게 내고 많이 주는' 패턴을 '많이 내고 적게 주는' 방향으로 고치려는 쪽이다. 당연히 국민들의 반발이 따르며 거의 예외 없이 정치적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고부담 저급여' 체제로의 전환에 대한 불만을 '어떻게 제도로서 보완 및 완충해나가는 가' 의 묘책을 찾아 내는데 각국 정권들이 명운을 걸고 있다. ▦왜 문제인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복지 국가를 실현해 국민들에게 안락한 노후를 보장해줬던 선진권부터 지금 연금 제도로 중병을 앓고 있다. 제2차 세계 대전이후 지속됐던 고도 경제 성장기가 끝나고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그 동안 방만하게 운영했던 연금 제도를 더 이상 지속시키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즉 일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대신 노인수가 급증한 상황에서 죽어가는 연금을 살려내기 위한 대수술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거다. 그 과정에서 노동조합을 필두로 대다수 국민들의 반발로 정치 불안의 상황이 더해지고 있다. 현행 지구촌 각국 연금 제도는 무엇보다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재정이 문제다. 그러잖아도 미국을 필두로 일본 유럽연합 등 많은 나라들이 엄청난 규모의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연금 부분의 소요 재정은 국가 경제에 큰 짐을 더하고 있다. 사태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각 나라별로 경제는 물론 최대 사회 불안요인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각국 현황=큰 소리가 나기는 선진권일수록 더하다. 애당초 이렇다 할 사회복지제도를 갖추지 못한 후진국들의 경우는 사실상 논란의 여지조차 없기 때문이다. 일찍이 사회보장제도가 확립돼온 서유럽의 경우 연금 수혜자의 기여 여부에 상관없이 국가가 무상 복지를 제공하는 이른바 '조세원칙' 에 의한 연금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다가 인구 노령화와 정부 재정 적자 규모가 커지자 연금 기금을 적립하는 방식, 기업 및 개인 연금을 도입하는 쪽으로 연금 개혁을 하는 등 '기여 원칙' 을 강화해나가는 것이 최근의 경향이다. 그러나 스웨덴 등 몇몇 북유럽국을 제외하고 이 같은 과정을 순탄하고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국가는 드물다. 이미 바닥을 드러낸 재정으로 숨이 턱까지 찬 독일의 경우 정치적 우여곡절끝에 연금 혜택 축소안을 도입했지만 문제의 근본 해결은 아직 요원하다. 비슷한 연금 축소안을 도입한 프랑스도 상황이 나을 게 없다. 아시아국들 중 사회 안전망이 그 중 잘됐다는 일본은 단계적으로 보험료는 올리고 급부 수준은 낮추는 연금법 개혁을 지난해 단행했지만 연금 제도의 구조적 문제들에 손을 대지 않아 국민들로부터의 불신은 여전하다. 사회보장세 부담을 키우거나 연금급여액을 줄이지 않고 재정 문제를 해결하려는 미국의 새 연금 개혁안의 골자는 사회보장제의 일부 민영화다. 부시 행정부가 밀어 붙이려는 이른바 '개인퇴직저축제' 는 사회보장세의 일부를 개인계좌에 적립해 이를 증권채권에 투자토록 함으로써 정부가 개인에게 위험 부담을 전가시키고 금융기관들에게만 좋은 일을 시킨다는 강력한 비난에 부딪혀 있다. ▦해결책은=선진국들의 경우 고령화와 저성장으로 인한 것이라면 대부분 신흥권의 연금 관련 재정 문제는 도입 초기에 공적 연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국민들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적게 내고 많이 받는 시스템을 채택한 것이 화근이 됐다. 연금 제도의 역사가 깊은 선진권이나 제도의 역사가 짧은 신흥국이나 양자가 겪는 문제가 결과적으로 같아진 현실이다. 따라서 문제 해결의 큰 골격은 양자 모두 같다. 즉 앞서 밝힌 '고부담 저수혜' 구조의 구축이다. 그 방법론 중 하나가 대체로 선진권의 경우 근로자들로부터 세금처럼 보험료를 거둬 당대의 은퇴자들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부과형' 에서 개인이 각각의 계좌에 적립한 원금과 투자 수익을 기반으로 연금을 지급하는 '적립형' 으로의 전환 추세다. 특히 사회 복지제도의 역사가 짧은 국가들의 경우는 국민연금 기업연금 개인연금 등 이른바 다층 연금 구조를 유기적으로 구축, 국민들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줄 수 있는 방향의 개혁이 추진되고 있다. 고령화 대책으로 거론되는 은퇴연령을 대폭 높이거나 아예 없애 노동생산성을 늘리는 방안은 연금 지출을 줄이는 방안의 측면으로도 매우 효과적 제도다. 이것이 제대로 滂영홱摸?연금 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과 노후 생활을 보장하는 것은 반드시 서로 상충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밖에도 재정 안정을 위한 사회보장세 등 세금 인상과 장기적으로 출산율을 높이는 방안도 문제 해결의 방안들이다. 한때 공적 연금의 민영화만이 살길이라는 주장이 크게 부각됐다. 그러나 최근엔 그보다는 각국의 상황에 맞게 제도를 고쳐나가는 방법을 찾을 것을 권고하는 추세다. 세계 은행, 경제협력개발기구 등으로부터 나오는 목소리다. 즉 복지 선진국들의 다양한 '학습 효과' 로부터 자신의 몸에 맞는 바람직한 연금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권고다. 제도 개혁을 포함한 연금 문제는 앞으로도 지구촌 모든 정권들에게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남을 게 틀림없다. 그리고 엄청난 규모의 연금 재정이 경제 전반과 맞물리며 각국 거시 경제 운용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 향후 연금제도의 행배가 지구촌 경제에 태풍의 눈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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