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인 경제사정이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되고 있어 경기방어가 내년 경제운용의 최우선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각각 3.8%와 3.7%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7월 전망치 4.3%와 4.6%에 비해 크게 하향 조정된 수준이다. 이에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비롯한 대부분의 예측기관들도 내년 성장률을 3.8% 안팎으로 내다봤다. 성장률이 2%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없지 않다.
내년 경제전망이 이처럼 어두운 것은 유럽 재정위기 여파 등으로 수출증가세가 크게 둔화되는 가운데 대내적으로 과도한 가계부채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여력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관망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투자에 소극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경제는 잘해야 성장률이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아니면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같은 전망은 어디까지나 유럽 재정위기가 원만히 해결돼 심각한 외부 충격이 없을 것이라는 전제에 바탕을 두고 있다. 만약 유럽 재정위기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증폭될 경우 글로벌 경제는 또 한차례 위기상황에 내몰리게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렇게 본다면 내년 우리 경제는 하방위험이 높은 불안한 여건에 처해 있는 셈이다. 경기가 회복될 가능성보다는 추락할 가능성이 훨씬 큰 것이다. 내년 경제운용의 최우선순위를 경기방어에 둬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정부도 예산 조기집행 등의 방안을 강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균형재정에 집착하기보다는 필요한 경우 재정확대에 나설 수도 있다는 유연한 자세를 보일 경우 기업을 비롯한 경제주체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효과를 거둬 필요 이상으로 경기가 위축되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통화당국도 보다 유연한 정책 마인드가 요구된다. 내년에는 불가불안이 크게 진정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금리를 비롯한 통화정책에서 운신의 폭이 커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재정과 통화정책을 포함해 내년 거시정책의 초점은 경기방어에 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