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외국인 투자가 썰물·국내 금리 전망(국내경제)

◎증시 외국인 투자가 썰물/침체된 실물경제 개선대책 나와야92년 이후 줄곧 매수세 우위를 기록해왔던 외국인투자가들이 집단 매도세로 돌아서고 있다. 연초 한보사태 이래 외국인의 주식매도가 급증하여 2∼4월에만 4천3백67억원의 외국인 자금이 증시를 빠져나간 바 있었다. 5, 6월 들어 한때 외국인 주식투자는 매수세로 돌아섰으나 기아사태가 장기화되고 정치불안마저 겹치자 이제는 총매도세로 반전하여 순매도 규모가 8월 9백52억원, 9월 2천9백83억원에 달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10월 들어 더욱 심화되어 22일 현재 3천20억원(누적액)에 달하는 순매도를 기록하는 등 외국자금이 마치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추세이다. 22일 주식시장은 기아 법정관리가 결정됨에 따라 큰 폭의 반등으로 돌아서기는 했으나 이날 외국인 순매도는 일일 사상 최고치인 8백87억원을 기록함으로써 외국인들의 한국 장세전망이 지극히 어둡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주가반등 등 금융시장의 불안이 해소기미를 보임구하고 외국인투자가들이 매도를 오히려 증가시키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동남아의 경제 불안으로 아시아 지역에 대한 투자 메리트가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아시아 시장을 떠난 자금은 투자대상을 미국, 남미, 동유럽 등지로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국계 펀드들이 동남아 투자 대상의 수익증권 환매자금을 마련키 위해 유동성이 높은 한전, 포철 등 우량주들을 대거 처분하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또한 원화환율 급등에 따른 환차손 우려와 정치불안 등의 요소도 외국인 투자자금으로 하여금 국내증시를 떠나게 하고 있다. 현재 주가 반등은 「더 이상 바닥을 칠 리는 없다」는 식의 기대감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황이 그다지 낙관적이지는 못하다. <그림>에서와 같이 신용융자 잔액은 10월 현재 3조1천3백50억원에 이르러 3개월 전과 큰 차이가 없으나 고객예탁금이 2조6천70억원에 머물러 외국인 시장 퇴출과 함께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이다. 신용융자잔액의 만기가 대부분 3개월임을 감안하면 이들이 앞으로 매도에 나설 경우 고객예탁금의 증가없이는 주가가 크게 상승하기는 어렵다. 이 경우 이익실현의 기회가 줄어듬에 따라 외국인투자가의 주식매도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지난 19일 발표된 정부의 증시안정대책에는 외국인 매도에 대한 대책이 빠져 있어 단기적으로도 매수세로의 전환가능성도 낮은 상태이다. 따라서 침체에 빠진 주식시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금융 및 외환 위기감을 불식시킴과 동시에 근본적으로 실물경제의 침체를 개선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부도확산 방지와 금융시스템 안정 회복이 급선무인데 이를 위해 기아 의 법정관리가 원만하게 처결돼야 한다. 증시 내적으로는 외국인의 매입을 유인하기 위해 지금의 한도 확대폭보다 1∼2%포인트 정도 더 확대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우선주에 대한 보통주 전환시 전환기업에 대하여 혜택을 주고 우선주부분에 대해서는 외국인 투자한도를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경기선행지수 등 주요 경기지표가 호전기미를 보이고 있으므로 기관투자가들도 중장기적으로 주식을 저가에 살 수 있는 기회임을 인식하여 매수세로 돌아설 경우 주식수요기반을 확충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금리 전망/추가하락 스톱… 상승 압력 받을듯 기아자동차의 법정관리 방침이 결정되면서 지난 주 시중금리는 하락세를 나타내었다. 흑자도산 방지를 위한 은행간 협조융자협약 발효에 따라 기업 연쇄부도에 대한 우려가 점차 해소되고 있고, 정부가 기아자동차의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기아사태가 해결 국면으로 들어섬에 따라 금융시장의 불안은 점차 개선되는 양상을 나타내었다. 이에 따라 회사채 수익률은 약 1개월만에 12.3%대로 하락하였다. 그러나 그동안 당국의 통화공급 확대를 바탕으로 안정세를 보이던 단기자금시장이 지준 마감 및 월말 자금수요에 따른 은행권의 보수적인 자금운용과 환율 안정을 위한 당국의 시장개입에 따른 통화 흡수로 주후반에 들어서면서 다시 불안 양상을 나타내며, 시중금리도 추가하락을 멈추었다. 금융시장 불안이 점차 해소되고 있으나 아직 낙관하기는 이르다. 법정관리 방침에 대한 기아 경영진의 반발과 노조의 총파업으로 기아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여전히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주가가 급상승함에도 불구하고 외국인투자가들의 투매가 여전하고, 태국 등 동남아 금융시장의 불안 여파도 심화됨에 따라 환율 상승 등 외환시장의 불안 양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월말 자금수요로 이번 주 단기자금시장도 불안 양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주 시중금리는 추가 하락을 멈춘 상태에서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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