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 기록화 걸면 우리 역사 더 잘 알릴 수 있어"

초상화전 '더 클래식' 이원희 화가
박 대통령·엘리자베스 여왕 그림 등 초상화·크로키 작품 30일까지 전시

박근혜 대통령의 초상화 앞에 선 작가 이원희. /사진제공=가나아트갤러리

영웅 나폴레옹은 흰 말을 탄 모습의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이라는 초상화로 후세에 더욱 강렬한 이미지를 남겼다. 이는 프랑스 고전주의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1748~1825)의 작품인데 루브르미술관에 있는 가로 9.3m의 대작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도 그가 그렸다. 그림 안에 나폴레옹과 관계된 모든 인물이 등장하며 각 인물과 내용은 사실에 기반했기에 이 그림은 프랑스의 영광을 기록한 역사화로 남았다. 이처럼 역사적 인물과 관련된 사건을 사진 대신 그림으로 기록하면 어떨까.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전관에서 오는 11일부터 초상화전 '더 클래식'을 여는 화가 이원희(58·계명대 서양화과 교수)가 이런 제안을 내놓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초상 작업차 청와대를 몇 번 출입할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 청와대가 너무 썰렁했습니다. 기껏 역대 대통령 초상화와 몇 점의 그림뿐이었죠. 그 자리에 중요한 역사적 순간을 기록한 다양한 그림들이 걸려 있다면 외국 정상이나 귀빈들에게 우리 역사를 더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사람 손만이 담을 수 있는 온기는 사진이 못 따라오죠."

이 작가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지난 2009년에 지인을 통해 초상화를 그리게 됐고 3번 만난 뒤 작품을 건넸다. 박 대통령 초상의 핵심은 특유의 미소였다. 그 인연으로 지난해 11월 영국을 국빈방문한 박 대통령이 버킹엄궁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함께 있는 사진을 청와대로부터 받았다. 그 결과인 가로 2.6m짜리 대작이 이번 전시에 걸린다. 여왕과 나란히 선 박 대통령은 역시나 특유의 그 미소를 짓고 있다. 작가는 "이런 그림을 완성한 것만으로도 청와대에 역사 기록화가 걸리는 꿈을 절반은 이룬 셈"이라고 말했다.

따져보면 우리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도 등재된 조선왕조 의궤(儀軌:혼인·장례 등 왕실 행사를 기록한 그림)를 보유한 역사화의 나라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조선 상류층의 초상 문화마저 그 맥이 끊겼다.

이 작가는 원래 풍경화로 이름 높았지만 1990년 한 기업인에게 초상화 의뢰를 받은 뒤 초상화가로 돌아서 지금까지 500여점을 완성했다. 박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을 비롯해 윤관·이용훈 대법원장과 김재순·이만섭·김수한·박관용·김원기·임채정 전 국회의장을 그렸다. 이번 전시에서는 황창규 KT 회장, 정우현 미스터피자 MPK그룹 회장, 남재현 한국크리버 회장 등 재계 인사와 박원순 서울시장, 배우 고두심, 김용건·하정우 부자, 작고한 권옥연·이성자 화백, 건축가 승효상 등의 초상을 선보인다.

반드시 그 인물을 만나보고 그리기 시작한다는 이 작가는 "박 대통령은 부드러운 한편 거리낌이 없고 정치인은 개방적인 데 반해 기업인은 천차만별"이라고 말했다. 초상화 50여점과 크로키 등 80여점을 선보이며 30일까지 전시한다. (02)720-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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