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진주에 사는 김성열(가명)씨는 지난 15일 9,000만원의 예금을 국민은행으로 옮겼다. 농협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도 해약했다. 지방에 거주하는 김씨는 점포가 많은 점 때문에 20여년간 농협을 이용해왔지만 이번 전산장애 사태로 거래은행을 바꿨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농협 전산망 마비가 6일째 이어지면서 고객이탈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농협 측은 이에 대해 "고객이탈 현상은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며 "고객의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선 창구를 중심으로 불만이 높아진 고객들의 이탈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김씨는 이와 관련,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우리나라에서 몇 시간도 아니고 며칠 동안이나 은행거래가 안 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농협을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 사당동에 사는 회사원 이경은(가명)씨도 18일 출근하는 대로 주거래 은행을 교체할 생각이다. 지난주 내내 체크카드 이용 등이 안 돼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회사에 다니기 때문에 은행 점포에 갈 시간이 잘 나지 않는데 이번 전산장애 문제로 돈을 제대로 뽑아 쓰지 못해 불편했던 점이 한두 개가 아니다"라며 "아직 원인조차 제대로 모르는 것 같아 불안하다"고 밝혔다. 시중은행에서도 전산 문제로 몇 시간 동안 인터넷뱅킹 등을 이용하지 못한 사례는 있었어도 농협처럼 수일간 카드거래를 포함한 은행거래가 마비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농협은 17일 현재도 카드 대출이나 인터넷뱅킹을 통한 카드거래 등은 여전히 차질을 빚고 있다. 문제는 농협 전산망 장애가 언제 복구될지 현재로서는 장담하기 힘들다는 것. 이 때문에 이번주까지 전산망 장애가 지속될 경우 고객 이탈이 급속도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농협에 따르면 지금까지 접수된 고객 항의는 약 28만건에 이르고 피해보상 요구는 900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초유의 사태로 돈이 필요할 때 이를 쓰지 못한 고객들의 유무형적인 피해가 엄청나기 때문에 고객들의 농협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졌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거래은행을 옮기는 고객은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농협은 오는 24일까지 인터넷뱅킹과 자동화기기(ATM) 수수료 등을 면제해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