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 중에 주식으로 돈 번 사람 없다` `부동산학자 중에 집이나 땅으로 돈 번 사람 없다.` 대단히 역설적인 말들이다. 그러나 우리 현실에서는 상당 부분 맞는 말이다.
학자는 자기 분야에 관한 이론을 평생 연구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경제학자는 주식시장의 흐름에 정통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마찬가지로 부동산학자는 집값ㆍ땅값이 오르내리는 것을 적절히 설명하고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이들은 주식이나 부동산투자에서 성공해야 마땅하다.
주식과 부동산은 우리나라에서 재테크의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부자가 되는 것이 적어도 논리적으로는 타당하다.
그러나 현실에서 학자는 항상 배고프다. 여기에 이론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있는데 일한 괴리가 생기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첫째는 양자 사이의 시차를 들 수 있다. 이론은 과거의 현상을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현실은 지금 당장 벌어지는 일이다. 때문에 양자간에는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둘째로 이론은 사회현상을 단순화해서 보는 것이다. 현실은 대단히 복잡하게 얽혀 있으므로 이론과 현실이 절대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쓰는 대부분의 이론이 서구에서 정립된 것이라는 점이다. 이론이란 결국 그 이론이 만들어진 사회의 산물이다. 그러니 자연환경ㆍ문화ㆍ발전 정도가 다른 서구사회의 이론이 우리사회에 그대로 맞을 리가 없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대단히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정책수단이 우리나라에서는 도무지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대학을 갓 졸업한 새내기는 교실에서 배운 이론과 동떨어진 현실을 익히기 위해 별도의 수습기간을 거치는 것이 보통이다. 때로는 학자들이 주장해서 수립된 정책이 현실과의 괴리로 인해 시행착오를 겪는 경우도 적지않다.
이론과 현실의 괴리는 이같이 막대한 사회적ㆍ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 이를 극복하지 않고는 현실의 개선도, 선진국진입도 용이하지 않다. 늦었지만 우리현실에 바탕을 둔 토착이론을 정립해야 할 때가 됐다. 그래야 배고픈 학자들이 돈을 버는 이상한 일도 가끔 벌어질 것이 아니겠는가.
<최병선(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