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세계경제 테마진단] 2.북핵ㆍ이라크사태

새해 초 세계 경제의 밝은 전망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국제정세 불안이다. 지난해 말에 불거진▲북한 핵 개발 ▲미국의 이라크 공격 위협 ▲베네수엘라 파업사태가 해가 바뀌어도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지정학적(geopolitical) 분쟁들이 1ㆍ4분기에 큰 무리 없이 해결될 것을 전제로 하반기에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세계 경제를 견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분쟁이라도 악화되거나 지연될 경우 올해 세계 경제는 슬럼프에서 헤어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북한 핵 문제와 이라크 사태는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가 적극 개입하면서 확대된 사안으로 미국인들의 경제활동에 직접적 영향을 주고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북한 핵 문제와 관련, 미국이 대화를 통해 해결한다고 원칙을 정하고 전쟁 가능성을 배제한 것이다. 미국의 전략 수정은 ▲북한이 핵을 이미 보유했거나 조기에 개발할 가능성이 크고 ▲북한의 배후에 중국과 러시아가 있으며 ▲한국의 차기 정부가 포용정책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 외신에서 이라크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이 보도되고 있으나 사담 후세인 정권이 이를 거부하고 있고, 미국도 무력 사용 원칙에서 한발도 물러서 있지 않아 현재로선 1ㆍ4분기 중 전쟁 발발 가능성이 높다. 경제는 심리다. 전쟁을 앞두고 기업들은 투자확대를 꺼리고, 소비가 움추려 든다. 정부는 재정적자를 무시하고 전쟁비용을 확대하려 한다. 이러한 경제 주체들의 심리적 불안이 새해 미국 경제 회복을 가로막고 있다. 2001년 경기 침체와 2002년 경기 둔화의 직접 원인을 제공했던 것은 미국 제조업의 투자 감소였다. 하지만 미국 기업들이 3년간의 소화 과정을 통해 과잉설비에 따른 재고를 소진하고, 지난해 말부터 투자를 늘릴 조짐이 보이고 있다. 공급관리연구소(ISM)의 12월 제조업 지수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은 이를 입증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 중동과 한반도의 긴장 고조로 기업들은 적극적인 투자보다 리스크 회피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다. 소비도 위축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지난해 연말 쇼핑시즌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가장 부진했고, 컨퍼런스보드의 12월 소비자신뢰지수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전쟁을 앞두고 돈을 아끼자는 소비심리가 높아진 것이다. 베네수엘라 사태는 미국의 통제권 밖으로 밀려나 있다. 사태 초기에 부시 행정부는 조기 선거를 요구했으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이를 거부했다.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지난주말에 30여명이 부상당하는 유혈충돌로 확대되고 있다. 국제유가는 지난주말에 2년 만에 최고인 배럴 당 33달러로 치솟았으며, 이라크 전쟁 가능성과 맞물려 상승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유가 상승은 소비자에게 세금부과의 효과가 있다. 부시 행정부는 경기촉진을 위해 올해 수백억 달러의 감세 계획을 예정하고 있지만 유가 상승이 그 효과를 반감시킬 우려를 낳고 있다. <이진우기자 ra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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