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을 앞둔 1일 오전 서울대 어린이병원 7층 중환자실에서는 뜻 깊은 생일잔치가 열렸다. 하나의 병을 앓아도 참기 어려운 5살의 나이에 3가지의 병을, 그것도 희귀병을 앓고 있는 박선재(사진 오른쪽)양이 처음으로 생일상을 맞게 된 것이다. 어린이병원 의사들이 선재에게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소아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지는 날을 맞아 생일상을 마련했다. 선재가 힘들게 싸워가고 있는 희귀병은 3가지. 일단 근력이 떨어져 자신의 힘으로 호흡을 유지하지 못해 인공호흡기에 의지하고 있다.(미토콘드리아 근육병) 또 뇌신경 기능 일부에 발달장애가 와서 안면근육도 거의 마비돼 버렸다(뫼비우스 증후군). 여기에다 2년 전부터는 혈액 성분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 면역력이 떨어지는 재생불량성 빈혈까지 겹쳤다. 하루하루를 기약하기 힘든 상황에서 태어난 지 6개월만에 매일 병원에서 약과 씨름을 해야했기에 생일도 어린이날도 선재에겐 꿈만 같은 이야기였다. 목에 인공호흡기를 꽂고 비쩍 말라 버린 팔과 다리, 손목엔 주삿바늘 자국이 시뻘겋게 남은 선재에게는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황영조(왼쪽) 전 선수가 손수 들고 온 생일 케이크 촛불을 끌 힘조차 없었다. 부모와 황영조 전 선수가 함께 촛불을 끄는 모습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의사들이 어린이들을 후원하는 ‘블루밴드 수호천사’로 활동 중인 인기가수 멜로브리즈의 생일축하 노래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한달 병원비만 1,000여만원이어서 아버지 박창규(38)씨는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고 배달일을 하면서 병원비를 마련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재산을 담보로 잡혀 사채를 끌어쓰기 시작한 것도 자신의 카드가 아닌 친구들 카드를 빌려 돌려막고 있는 것도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 작년 선재의 이야기를 듣고 이날 생일잔치에 참석했다는 황영조씨는 “한창 뛰어놀 나이에 저렇게 많이 아파서 가슴이 아프다”며 “어른들이 힘을 합쳐 내일의 희망인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