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容元(도서출판 삶과꿈 대표)최근 일본의 어느 잡지사가 미국과 일본의 20대 직장인 1,000명씩에게 앙케트를 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오래 근무할 생각이냐』는 것이었다. 그결과 오래 근무하고 싶다는 대답이 미국 70%, 일본 30%로 나왔다.
흔히 미국사람들은 직장을 쉽게 바꾸고 일본사람들은 종신고용의 개념으로 평생 한 직장을 지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예상밖으로 나타났다. 놀랍다는 반응에 그렇지 않다고 했다. 미국사람들은 회사를 그만둘 의사가 있으면 머뭇거리지 않고, 일본사람들은 속에 불만이 있더라도 참고 견디니까 그렇게 된다는 것이었다. 미국과 일본의 부부들에게『만족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냐』고 묻더라도 비슷한 대답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미국에서는 만족스럽지 않으면 지체없이 헤어져 버리고, 일본에서는 좀처럼 행동으로 결판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똑같은 질문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집계를 내본 것은 없지만 좀더 복잡해서 미국과 일본의 중간쯤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IMF세태에서는 월급쟁이들이 쫓겨나는 시대이니까 현재로서는 같은 조건으로 비교·가늠할 수 없는 일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토지나 주식에는 장부가격과 시가가 있다. 장부에 올라 있는 가격과 실제로 매매되는 시장가격이다. 장부상 100만원인 주식이 시장에서 150만원에 팔릴 수 있다면 그 주식은 50만원의 내재익(內在益)이 났다고 보게 된다. 반대로 장부상 150만원의 주식이 100만원밖에 못받는다면 50만원의 내재손(內在損)이다. 이런 계산으로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의 값어치를 따지는 세상이 됐다. 회사봉급은 장부가격이고, 퇴직하고 다른데 전직할 때 받을 수 있는 봉급이 시가이다. 연봉 3,000만원을 받던 사람이 퇴직하고 연봉 2,000만원의 자리를 구할 수 밖에 없다면 1,000만원의 「내재손」을 감수해야만 한다.
요즘에는 직위에 관계없이 자기자신이 「내재익」이냐 또는「내재손」이냐는 것을 늘 생각해야 한다. 종신고용과 연공서열을 기본으로 하던 체제가 사실상 무너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사람을 대폭 줄이는 구조조정속에서 영악한
경영자들이 이 점을 그냥 놓치지 않을 듯하다. 문제는 그동안의 인사체계에서 대졸 화이트칼러의 경우 젊었을 때에는 회사의 공헌도나 활용도면에서「내재익」이 나다가 40세에서 45세 안팎을 고비로 「내재손」으로 돌아서는 계산이 나온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공서열원칙은 정년퇴직까지 계속 직위·급여·사회적인 대우가 올라가는 관행이었다. 이제「내재익」과 「내재손」을 야박하게 따지게 된다면,「내재손」에 들어서는 40세지난 사람들의 수난시대가 예고된다고 볼 수 있다. 자기의「내재익」을 지켜가는 방법을 열심히 연구·노력해야 될, 어찌보면 각박한 세월이 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