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한국경제] <1> 저성장 함정 빠졌나

4~5% 성장으론 체감경기 회복 힘들다
매년 35만~40만개 일자리 창출해야 국민 체감
반도체·IT등 일부업종 주도 성장…양극화 심화
'환율 착시' GNI수치 만족말고 성장동력 확보를


[기로에 선 한국경제] 저성장 함정 빠졌나 내년 성장률 3%대로 주저앉을수도민간硏 "지표 악화 일시적 현상아닌 추세적 내리막" 반도체·IT등 의존 5%안팎 성장해도 양극화만 심화잠재성장률 만족말고 성장동력 확보 적극 나서야 이종배 기자 ljb@sed.co.kr 한국 경제의 수축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외환경도 빠른 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내년 세계 경제가 고유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등으로 인해 동반 침체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어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이미 우리의 제1 수출시장인 중국은 과열된 경기를 조절하기위해 긴축 강도를 높여 나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7월 중국에서의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대비 13.1%의 감소세를 기록하는 등 전반적으로 위축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 걱정거리가 새록새록 쌓여가고 있다. 미국의 경제성장률도 지난 1ㆍ4분기 5.6%에서 2ㆍ4분기 2.9%로 뚝 떨어졌다.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내년 세계 경제 평균 성장률이 3%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내수 회복이 시원치 않은 판에 세계 경제의 침체는 수출로 버텨온 우리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그 동안 정부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5% 내외로 잡고 그만하면 내수 규모가 유지되기 때문에 무난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나라 안팎의 환경은 우리의 짐작 보다 훨씬 냉혹하게 돌아가고 있다. 내년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정부가 만족할 만한 5%는 고사하고 3%대로 주저앉고, 그 때 가서는 그 어떤 정책을 쓰더라도 약 발이 먹히지 않는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경기 쇼크' 일시적 현상인가= 7월 경제성적표는 쇼크 수준이다. 최근 발표된 7월 산업생산증가율은 전월에 비해 반 토막(4.4%)에 그쳤고, 수출증가율 또한 12%로 전월에 비해 6%포인트나 낮아졌다. 이 같은 실물지표의 하강에 대해 정부는 그 동안 자동차 파업등에 따른 일시적인 침체라는 점만 강조하고 8월이면 회복국면에 들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만을 되풀이해왔다. 하지만 민간연구기관들은 우리경제의 하강이 이미 시작됐고, 그것이 지표로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물론 일시적인 요인으로 과다하게 하강한 면도 없지 않지만, 성장 동력을 상실하고 있는 마당에 세계 경제 둔화까지 겹쳐 우리경제도 추세적인 내리막에 들어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세계 각국들이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 위협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 동반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4~5% 성장해도 양극화 심화 = 나라 안팎의 환경이 이처럼 급변하고 있지만, 아직 우리정부의 입장은 여전히 완고하다. 재계가 출자총액제한제를 풀어주면 14조원에 달하는 신규 투자를 하겠다고 약속해도 콧방귀만 뀌기 일수다. 그런 것 없어도 4~5% 성장은 무난하다는 철학 때문이다. 그렇다면 흔히 말하는 잠재성장률 4~5%만 달성하면 우리 경제는 만사 형통으로 풀릴 것인가. 대답은 부정적이다. 설령 올해 5% 성장이 달성되더라도 이는 반도체, 정보통신, 자동차 등 일부 업종을 통해 얻어진 소득일 뿐이다. 나머지 대다수의 산업은 제자리 걸음 또는 퇴보를 면치 못해도 그런 수치는 나온다. 이와 관련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 스스로 4~5% 성장률이면 괜찮다는 (저 성장 구도에 익숙한) 분석을 갖고 있는 것이 문제다"고 꼬집었다. 실제 4~5%대의 성장이 이뤄지면 최대 35만개(1%당 6~7만개 일자리)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데 이 정도 수준의 일자리로는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크지 않다. 다른 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양질의 일자리를 제외 하더라도 매해 35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돼야 국민들이 경기회복을 체감할 수 있다"며 "4~5% 성장 구도에서는 그저 양극화만 반복될 뿐이다"고 설명했다. 그런 판국에 지금 한국 경제는 다시 한번 3% 성장이라는 악몽을 되풀이할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입력시간 : 2006/08/31 17:34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