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내부 견제제도 미흡"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 기자간담회
순환출자 폐해 막을 대안있어야 출총제 폐지
새 대기업집단 정책 2008년 4월께 적용



지난 3월16일 취임한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이 그동안 고민해온 공정거래정책의 방향을 1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발표했다. 공정거래법에 관한한 국내 최고의 석학 중 한명인 그는 “대기업의 내부견제제도가 41점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등 꼬장꼬장한 딸깍발이 정신을 그대로 보여줘 재계를 긴장시켰다. 권 위원장은 오는 7월 재계의 관심사인 출자총액제한제(이하 출총제) 개선 논의를 앞두고 대기업 총수와의 회동여부를 묻자 단칼에 “뾰족한 대안을 얻을 수 있다고 기대하지 않는다”며 “만날 계획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설득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만나겠다”고 말했다.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에 대한 평가도 박했다. 권 위원장은 “한국 재벌은 총수가 분명히 있다는 점이 일본 재벌과 구별되며 소유ㆍ지배 괴리도 역시 여전히 심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의 내부견제 제도는 점수로 치면 41점에 머물러 있고 외부견제 제도는 점수는 90점으로 높은데 실제 작동수준은 43점밖에 안된다”면서 “60점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현대차그룹이 1조원의 사회헌납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서도 평가절하했다. 권 위원장은 “문제가 생겼을 때 돈 내서 여론 무마하는 것은 전근대적 방식”이라며 “우리 기업이 그러니까 론스타도 따라 하는데 국민들 무시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는 “현대차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계열사간 부당지원 행위나 경쟁제한 행위가 있었는지 조사하겠다”고 덧붙였다. 권 위원장은 “순환출자의 폐해를 막을 대안이 있다면 출총제를 폐지하겠지만 대안이 없으면 당분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종전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새 대기업집단 정책의 윤곽이 일러야 연말이나 내년 초에 나올 것으로 보여 국회 일정 등을 감안하면 2008년 4월에나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출총제의 대안을 찾기 위해 “영국제도와 미국처럼 공시를 적극적으로 하는 제도를 열심히 보고 있다”고 밝혔으나 “일본과는 재벌 특성이 달라 일본식 제도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에 공정위의 개입 여부를 묻자 “아파트 청약 한 번 해본 적이 없다”고 전제한 권 위원장은 “부동산은 잘 모르는 상태로 공정위가 이 부분에 어디까지 개입해야 할지 앞으로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권 위원장은 “공정위가 강한 모습만 보여왔는데 여유롭고 따뜻한 모습으로 단장해서 (기업이나 소비자와) 데이트도 하고 결혼할 파트너도 찾겠다”고 말하며 유일하게 미소를 지었다. 공정위원장의 강한 면모에 재계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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