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해 우리나라 고위공직자들은 10명 가운데 7명꼴로 재산을 불렸다. 26일 발표된 고위공직자 정기 재산변동 신고 내용에 따르면 국회의원·법관·고위공무원 등 2,302명 중 69%인 1,583명의 재산이 늘었고 평균 재산도 15억3,400만원으로 전년의 13억2,000만원에 비해 2억원 이상 증가했다. 공직자 재산증식 상태는 3%대의 낮은 경제 성장률에 견줘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물론 불경기 속 고위공직자의 재산증식을 곱지 않게 보는 시각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단지 고위공직자라는 이유로 비난할 수는 없다. 시장경제라면 누구든 자신의 재산을 합당한 방법으로 공정하게 운용해 늘릴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번 재산증식 결과가 대부분 토지와 아파트 등 부동산 가격 상승에 기인했다는 점이다. 특히 국회의원 292명 가운데 81.8%인 239명이나 재산이 늘어났다. 의원들이 자신의 이익에 경도된 입법활동을 일삼지는 않았겠지만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민생이 피폐한 가운데 국회의원 절대다수의 재산이 늘어난 것을 선뜻 수긍할 국민이 얼마나 있겠는가. 박근혜 정부의 장관급 인사 27명의 평균 재산이 18억1,000만원에 1년 전 대비 2억2,000만원이나 늘어난 것도 민망한 부분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도한 부동산 부양정책의 수혜를 장관들이 받았다고 꼬집어도 할 말이 군색해지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상습적인 재산고지 거부다. 이번에도 고지 거부율이 26.9%나 됐다. 심지어 국회의원은 무려 37.3%나 공개를 거부했다. 드러난 재산만으로도 위화감이 커지는 판에 숨겨진 부분이 이토록 크다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겠나. 불투명 정도가 이 지경이라면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는 있으나 마나다. 일정 직급 이상은 직계 존비속의 재산공개를 의무화하는 등의 제도개선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국회는 스스로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의 정상화를 위한 법 개정작업에 즉각 나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