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으로도 세계를 흥분시키는 감독 데이비드 린치.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신작을 발표할때마다 영화사에 큰 획을 그어온 거장이다.특히 그는 '이상한 사람들의 이상한 세계'를 주로 표현해 컬트 영화의 대부로 알려져 있다. '이레이저 헤드'는 관객과 평단의 극찬을 동시에 받으면서 단번에 그의 이름을 세계인들의 머리 속에 새겨 놓았다.
'광란의 사랑'으로 칸 국제경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였으며 TV 시리즈 '트윈픽스'는 전세계 팬들을 열광시켰다.
이례적으로 30일과 12월1일 국내 극장가에는 그의 작품 두개가 잇달아 붙는다. 올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멀홀랜드 드라이브'와 지난 99년 칸 국제영화제서 기립박수를 받으며 세계 언론의 찬사를 받은 '스트레이트 스토리'가 그것. 그러나 이 두 작품의 성향은 극과 극을 달린다.
'멀홀랜드 .'는 린치 감독 특유의 허를 찌르는 고도의 미스터리 구성과 더불어 엽기적인 코믹함이 퍼즐게임처럼 엮여 있어 '과연 데이비드 린치야'라면서 영화에 몰입하게 한다.
그러나 평화로운 영상과 관조적인 연출법의 '스트레이트 .'는 전혀 색달라 영화 감상내내 '이 작품 진짜 린치 감독 것 맞아'하면서 의문을 갖게 한다.
우선 '멀홀랜드 .'는 기억과 사랑에 관한 미스터리 스릴러물이다. 영화는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기억을 잃은 한 여자와 그녀를 도와주려는 또 한명의 여자가 중심이 돼 이야기가 전개된다.
할리우드 스타의 꿈을 안고 LA에 온 베티(나오미 왓츠)는 멀홀랜드 드라이브에서 일어난 의문의 차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린 리타(로라 해링)를 만난다.
리타는 유일하게 기억을 되찾을 수 있는 다이언이라는 이름의 정체를 찾다가 상상을 초월하는 비밀을 발견하게 되고 이때부터 영화는 고도의 반전이 시작된다.
한편 데이비드 린치 감독 만의 또다른 매력을 만날 수 있는 '스트레이트 스토리'는 13년동안 연락을 끊고 살아 오던 형이 중풍에 걸렸다는 전화를 받고 오직 형을 만나기 위해 병든 몸으로 아이오와에서 위스콘신까지(약 480km) 가는 73세의 앨빈 스트레이트 (리차드 판스워드) 여정을 담은 아름다운 작품.
그는 운전면허증이 없을뿐 아니라 지팡이 두개에 의지해야만 겨우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노쇠해 있다.
그는 버스를 타도 주위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 30년이 넘은 잔디깍이를 개조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트렉터를 만든다.
이 영화는 그의 험난한 여정속에서 카메라에 잡힌 대자연의 황금색 물결과 가을 빛 노을 그리고 하루해가 뜨고 지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의 평화를 갖는다. 노인은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다. 순리대로 할 뿐이다.
비가 오면 쉬어가고, 기계가 고장나면 고쳐질때까지 차분히 기다린다. 특히 길에서 만난 이들에게 들려주는 주옥 같은 인생 교훈도 귀 기울일 만하다.
남자친구의 아이를 임신한 뒤 가족의 눈을 피해 도망나온 소녀에게 "아이들에게 나뭇가지 한 개를 주면 쉽게 부러뜨리지만 한 묶음을 주면 아무도 꺽지 못하지. 가족이란 이 한 묶음의 나뭇가지 같은 거란다"
자전거를 타고 앞만 보고 쌩쌩 달리는 젊은이들에게 "나이가 들어 좋을때는 부질없는 일에 매달리지 않을 때, 나빴던 적은 젊은 시절을 떠올릴 때"라고 말한다.
/박연우기자 ywpar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