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7일 "우리에게 다가오는 제2의 중동 붐을 제2의 한강의 기적으로 연결해 경제도약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내부 준비가 잘돼야 하고 정치권의 협력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청와대에서 회동해 "중동 순방의 결실들이 국민과 기업들에 더 큰 혜택으로 돌아가도록 해 경제가 크게 일어나는 초석이 될 수 있도록 대표님들께서 많이 도와주시기 바란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이 문 대표와 만나는 것은 지난 대선 이후 2년3개월 만이다.
이날 회동에서 박 대통령과 문 대표는 경제 활성화를 위한 총론에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실행방안과 각론에서는 입장차를 보이며 대립했다.
박 대통령은 중동 4개국 순방 성과를 설명하며 우리 기업들의 해외진출과 투자 유도, 고용창출 등을 위해서는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 활성화 법안이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며 문 대표의 협조와 지지를 당부했다.
이에 대해 문 대표는 "박근혜 정부의 수출중심 경제정책은 실패한 만큼 서민중심의 경제구조로 전환돼야 한다"며 날을 세웠다.
문 대표는 "정부의 경제정책은 부동산 활성화, 금리 인하 등 단기부양에만 의존하고 있다"면서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높여주는 근본대책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향후 정국의 분수령이 될 수 있는 이번 회동에서 문 대표가 박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작심한 듯이 강한 톤으로 비판하고 나섬에 따라 기업성장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꾀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표는 "경제민주화와 복지공약은 파기됐고 수출중심 경제는 심각한 내수부진으로 이어져 전문가들은 디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경제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박근혜 정부가 민생 문제를 해결하려면 △최저임금 인상 △법인세 인상 △전월세상한제 도입 △가계부채 대책 마련 등 4개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 대표는 "최저임금이 기본생활을 할 수 있는 만큼 올라야 한다. 월급쟁이들의 유리지갑을 털어서는 안 되며 법인세를 정상화해야 한다"며 현재 22%인 법인세 인상을 주장했다.
또 "전월세가 폭등으로 서민들의 고통이 크다. 세입자들의 주거난을 해결해야 한다"며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특단의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남북관계에 대해 "남북경협은 전 세계에서 우리만 할 수 있는 것으로 박 대통령이 언급한 통일대박 꿈도 남북관계 개선에 달려 있다"면서 "임기 중에 성과를 내려면 올해 안에 남북정상회담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