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상 신속처리권 부활”/클린턴,의회에 법안제출

◎여선 반대 야당 찬성/‘크로스보팅’ 일어날듯【뉴욕=김인영 특파원】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16일 대통령이 무역협상의 특별 권한을 갖는 내용의 무역협상 신속처리권(fast track) 법안을 의회에 제출, 논란을 빚고 있다. 해외 무역을 하는 기업들로선 행정부가 무역협상을 신속히 처리하길 바라지만, 노조와 환경론자들은 개도국의 저임금과 공해 배출을 인정하면서 값싼 상품이 유입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안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클린턴이 이끄는 민주당 소속 지도자들이 노조를 의식, 반대하고 전통적으로 기업의 입장에 서있는 공화당이 지지하는 「크로스보팅」현상이 나타날 전망이다. 신속처리권의 골자는 의회가 무역협정을 수정할 권한을 없애는 대신 협정을 찬성 또는 반대할 권한만 갖도록 하는 것. 행정부가 외국과 체결한 무역협상이 의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수정돼 국제교섭력을 상실하는 일을 막자는 내용이다. 지난 74년 도입된 신속처리권은 79년 가트 동경라운드, 88년 대캐나다 무역협정, 92년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등을 승인하는데 사용됐으나 94년 4월 시한이 만료됐다. 시효는 오는 2001년 10월 1일까지이며, 상하원의 승인을 얻을 경우 2005년 9월 30일까지 연장할수 있도록 돼 있다. 클린턴 행정부는 신속처리권 부활을 위해 올초에 법안을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었지만 노조와 민주당내 반대가 워낙 거세 원안을 상당히 뜯어고친 수정안을 이날 내놓았다. 클린턴은 법안을 제출하면서 『좋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유일한 길은 수출을 늘리는 것』이라며 『미국이 21세기에도 세계 경제를 리드하느냐, 후퇴하느냐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국 최대노동조직인 AFL­CIO(미국노동총동맹­산별회의)는 즉각 성명을 내고 『수백만 달러의 광고비를 들여 패스트 트랙 반대운동을 펼치겠다』고 발표했다. 저임금으로 만든 개도국의 제품이 쏟아져 들어오면 미국 근로자들의 임금이 낮아지고, 실업율도 높아진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의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리처드 게파르트 하원 원내총무를 중심으로 친노조적 민주당 의원들도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가 신속처리권의 부활을 서두르는 것은 캐나다·멕시코와 체결하고 있는 북미자유무역협정을 내년까지 칠레, 브라질, 아르헨티나등 남미까지 확장, 범미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것. 클린턴이 오는 9월말 중남미를 순방하기 앞서 이 법안을 제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입장에서 보면, 클린턴이 『신속처리권은 무역장벽을 허무는데 필요하다』고 말한 점으로 미루어 미행정부가 신속처리권을 앞세워 통상압력을 강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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