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로페즈 오브라도르의 패배로 게임은 끝났다. 지난 28일 멕시코 연방 선거재판소는 오브라도르가 7월2일 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낸 소송을 기각하고 칼데론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이때 그는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는 연설을 준비했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는 아름답지 못했다. 패배 연설 대신 또다시 민중을 선동했다. 그는 “우리는 결코 불법 정부가 이 나라에 들어서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합법 정부’는 앞으로도 영원히 없을 것이다.
새 대통령 당선자 칼데론에게 오브라도르의 ‘외침’은 극복해야 할 오점으로 남았다. 앞으로 그는 밖에서 들려오는 ‘불법’의 아우성 속에서도 정부의 정통성을 확립해야 할 과제를 껴안았다. 오브라도르의 그림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가 직면한 더 큰 과제는 오브라도르가 훼손한 멕시코 민주주의의 신뢰회복 작업이다. 그 역시도 오브라도르가 남긴 짐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칼데론도 이를 의식해 “두 쪽 난 멕시코는 용납하지 않겠다”며 “멕시코는 하나다”고 말했다.
다행히 칼데론은 균열로 상처받은 멕시코 치유의 적임자로 여겨진다. 멕시코 국민들은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일까. 그에 대한 지지도는 수직 상승했다. 7월2일 37%에서 지난주 54%까지 올랐다. 반면 오브라도르의 인기는 급락했다. 36%에서 30%로 주저앉았다. 여론조사 결과 62%의 멕시코 국민이 칼데론의 승리를 믿었다고 한다. 오브라도르가 극적 승리를 거머쥘 것이라고 생각한 국민은 불과 25%였다.
칼데론은 국민 통합을 위해 반대편 껴안기에 나섰다. 오브라도르를 지지했던 빈곤층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달 초 그는 “멕시코 국민들이 심각한 양극화에 허덕이고 있다”며 “정부가 빈곤층 해소 정책에 보다 큰 심혈을 기울일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바로 이 점을 우리는 걱정한다. 균열 극복의 명분 아래 자신의 정체성마저 잃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오브라도르가 이끄는 포퓰리스트들의 ‘시민 불복종’ 운동은 이미 한 달 전 정점을 찍고 추락하기 시작했다. 칼데론은 자신의 색깔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 후광으로 상대편을 끌어들이는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