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미드필드에서 계속되는 무기력증 털어내라' 아드보카트호가 19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프랑스와 2006독일 월드컵 G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승리만큼 값진 1-1 무승부를 거뒀다. 토고와 1차전 승리에 이어 1승1무로 여전히 조 1위.
그러나 1, 2차전 모두 내용면에서는 태극전사들 자신도 만족하지 못할 만큼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특히 프랑스전의 경우 골키퍼 이운재의 눈부신 선방이 없었고, 프랑스의 골 결정력만 좀 더 매서웠더라면 대량실점까지 가능할 뻔했다. 이런내용이라면 스위스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도 결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게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드보카트호는 조별리그 두 경기 모두 먼저 선제골을 내준 뒤 후반 막판 역전승 혹은 무승부를 일궜다. 경기내용도 전.후반이 크게 엇갈렸다. 가장 큰 이유는 승부에 결정적 구실을 한 중원 압박이 뒤늦게 발동 걸린 때문이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프랑스전에서 전반에 수비형 김남일(수원)을 혼자 세우고,앞에 이을용(트라브존스포르)과 이호(울산)를 나란히 서게 하는 역삼각형 중앙 미드필더진을 운용했다.
상대가 클로드 마켈렐레와 파트리크 비에라를 더블 수비형 미드필더로 세우고,지단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한 정삼각형 중앙 미드필더진을 가동해 이에 대해 대인방어로 대처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매치업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상대의 강한 압박에 밀려 전반내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좌우 윙 포워드로 선발 출격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천수(울산)까지 수비에 적극 가담했지만 느슨한 압박으로 공간을 내줘 상대가 활개칠 수 있도록 놓아뒀다. 윙백 에리크 아비달과 윌리 사뇰마저 쉽게 쉽게 공격에 가담해 수적 열세에도 놓였다.
이천수는 "미드필드에서 공을 잡을 수도 없었고, 공을 줄 데도 없었다"고 털어놓았을 정도로 프랑스는 강한 압박으로 맞섰다. 결국 최전방 원톱 조재진(시미즈)은고립됐고, 뚜렷한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드보카트호가 전반에 기록한 슈팅이라고는 38분 이천수의프리킥 하나가 전부였다. 그 사이 프랑스는 7개의 슈팅 중 3차례의 유효 슈팅으로한국 골문을 위협했고, 그 중 티에리 앙리의 슈팅 하나가 골로 연결됐다.
조광래 전 FC서울 감독은 "선수들이 몸에 익은 더블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 대신김남일을 혼자 세운 게 상대에 중원을 내준 결정적 원인"이라며 "프랑스에 대한 세밀한 분석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중앙 미드필더 간의 호흡도 안 맞는데다, 상대는 볼을 받을 만한 여유도 허락지않아 결국 중원을 장악당하면서 앙리 등 득점력 있는 선수가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도록 방치했고, 앙리가 중앙에서 사이드로 빠지는 사이 윙 포워드 플로랑 말루다와실뱅 윌토르가 가운데로 침투해 순간적으로 투톱이 되면서 수비라인에 혼선이 가중됐다는 것이다.
최진한 전 전남 드래곤즈 코치도 "전진패스를 못 할 정도로 상대가 거세게 압박했다. 역삼각형 중앙 미드필더 포진은 감독의 공격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이지만쉽게 미드필드 싸움에서 져 공.수 연결이 제대로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결국 후반 박지성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자리를 바꾸고 김남일과 이호를수비형 미드필더로 내린 뒤 중원 싸움에서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공.수 밸런스도 살아났다.
스위스는 프랑스와 1차전에서 중원싸움에서 결코 밀리지 않고 0-0 무승부를 이끌어 낸 팀이다. 최진한 코치는 "기술에서는 떨어질지 몰라도 힘에서는 스위스가 오히려 프랑스가 낫다"면서 "절대 미드필드 힘 싸움에서 밀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