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최후통첩으로 이번 주중 이라크전쟁이 발발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우리의 수출도 적잖은 영향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악영향은 그리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이 절대적인 군사력 우위를 보이고 있는 만큼 전쟁이 시작되자 마자 미국의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쟁 후의 복구수요, 유가하락에 따른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투자 및 소비심리 회복 등이 우리의 수출 회복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극수 무역연구소 동향분석팀장은 “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경우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수요 회복을 가져와 우리의 수출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이라크 전쟁은 수출에 악재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전쟁이 전세계적으로 투자 및 소비 심리를 더욱 움추러들게 만들어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감소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동지역에 대한 수출은 크게 위축될 듯=일단 전쟁이 일어나면 중동지역에 대한 수출은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일단 중동지역의 수요가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는 데다 제품 수송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동지역에 대한 수출은 75억달러로 전체 수출 가운데 4.6%를 차지했다. 최근 5년간 중동지역에 대한 연간 수출규모는 65~75억달러에 이른다.
중동지역에 대한 주력 수출품은 승용차, 직물, 무선전화기, 화물자동차, 자동차부품,컬러TV, 에어컨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전쟁으로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우려되는 분야는 플랜트 및 대형 토목 공사다. KOTRA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에 대한 플랜트 수주는 2001년보다 39.9% 늘어난 49억9,000만달러에 달했다. 이는 전체 플랜트 수주 가운데 49.1%에 달한다. 관련 업계는 전쟁이 6개월 이상의 장기전으로 이어질 경우 프로젝트 발주 중단으로 최소한 24억달러의 수주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쟁이 단기간에 끝나면 섬유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곤 수출에 별다른 영향이 없지만 장기전으로 갈 경우 자동차 수출은 16%이상 감소하고 가전제품도 14.5% 줄어드는 등 상당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등 다른 지역에 대한 수출도 타격우려=이라크 전쟁은 중동 지역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 대한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등 주요국의 수요 부진 현상이 계속되며 우리의 수출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무역협회가 최근 수출업계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 업체들이 올 2ㆍ4분기 주요 수출장애 요인으로 이라크전 후유증을 꼽았다. 전문가들은 조선, 철강, 건설업 등도 미국ㆍ유럽ㆍ아시아의 동반 경기침체, 중동지역에 대한 수출 및 건설수주 봉쇄 등으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특히 전쟁이 장기화되면 수출채산성과 가격 경쟁력마저 떨어져 달러화와 고정환율을 유지하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더욱 불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밖에 유럽행 수송로의 안전성 문제로 납기지연 및 운송보험료 상승으로 수출 채산성 악화가 불가피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정문재기자 timoth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