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수필] 역사의 법칙과 현안과제

역사의 법칙이란 말이 있다. 세상일이 제멋대로 일어나는 것 같지만 오랜 경험을 통해 보면 일정한 법칙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래서 옛날 일을 공부해 앞일을 짐작하고 인간능력의 한계를 알라고 선현(先賢)들이 가르쳤다. 요즘 떠오르는 현안들을 역사의 법칙에 한번 비춰보자.여러 현안들이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신여당 창당을 중심으로 한 정개편이, 경제적으로는 대우 문제가 가장 관심거리다. 우선 신당 창당은 대세적 귀결이다. 우리나라에서 새 집권자가 새정당을 안 만든 적이 한번도 없다. 그것의 옳고 그름을 떠나 확률적 추세가 그렇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보수세력에 의해 집권했지만 자유당(自由黨)을 만들었고 박정희 대통령은 민주공화당(共和黨), 전두환 대통령은 민주정의당(民正黨), 노태우 대통령은 민자당(民自黨), 김영삼 대통령은 신한국당을 창당했다. 장면 총리와 최규하 대통령은 새당을 창당하지 않았는데 그것은 새당을 만들만큼 힘있는 집권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집권자는 정권을 잡고나선 지기기반을 넓히기 위해 전국 정당을 안만들수 없는 것인가 보다. 따라서 김대중 대통령이 새로운 전국 정당을 만드는 것은 역사의 법칙에서 볼 때 예외적인 일이 아니다. 이제까진 새로 만든 정당이 정권붕괴와 더불어 거의 사라진 것이 공통점인데 이번엔 어떻게 될지 관심거리다. 경제현안이 대우문제는 기업수명 30년설과 맞아떨어진다. 기업수명 30년설은 기업이 창업 후 30년이 가장 위험하다는 것이다. 초창기의 창조성과 유연성, 참신성이 점차 퇴색하고 대기업병을 앓을 위험이 가장 큰 시기라는 것이다. 그래서 외국에선 30년을 즈음해선 대대적인 혁신운동을 벌여 조직피로(組織疲勞)를 떨어내고 후(後) 30년을 도모한다. 우리나라에도 몇몇 기업을 빼곤 대개 기업연령이 30년정도인데 작년 많은 기업들이 쓰러진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대우도 창업한지 한 30년 된다. 따라서 전면적인 대수리를 통해 새 에너지를 충전해야만 후 30년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崔禹錫(삼성경제연구소 소장)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