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금융기관 소유주간 개선안' 내용비은행권을 포함한 금융자본에 재벌의 지배를 차단하기 위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한국개발연구원(KDI) 건의는 금융자율화 추세와 상충되는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KDI는 재벌에 의한 사금고화에 따른 폐해를 막기 위해 은행권 및 비은행권 금융기관의 지배 대주주에 대한 자격요건을 대폭 강화하고, 금융기관 지배 대주주에 대한 여신제한 등을 골자로 하는 정책을 정부에 권고했다.
또 이같은 방안이 정치 경제적 이유 등으로 인해 실효성이 없을 경우, 한시적으로라도 재벌의 금융기관 경영에 대한 감시유인을 제고할 수 있는 일정 수준의 소유한도를 설정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다음은 KDI가 정부에 제출한 「금융기관 소유구조 개선방안」이라는 제목의 정책보고서 주요 내용
다음은 KDI가 정부에 제시한 금융기관 소유구조 개선방안의 내용.
◇재벌금융기관의 수익성과 건전성=KDI가 실시한 분석에 따르면, 종금사와 증권사의 경우 재벌소속 금융기관의 자기자본 건전도가 독립금융기관에 비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8년 3월말 현재 재벌소속 종금사의 BIS자기자본 비율은 5.4%로 독립종금사의 6.3%에 비해 낮고, 재벌소속 증권사의 순영업자본비율(영업용 순자본/총위험액)도 165%로서 독립증권사의 234%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을 나타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는 재벌금융기관이 재벌의 통제로 인해 견제 및 감시기능을 수행하지 못해 내부거래 등 불건전한 자산운용을 하였기 때문』이라며 『재벌의 금융기관 소유로 책임 경영을 통해 해당 금융기관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보다는 해당 금융기관을 사금고로 활용해 재벌의 사적이익을 추구했음을 반증한다』고 밝혔다.
또 KDI가 공기업과 부도처리기업을 제외한 외부감사대상 기업에 대한 분석에 따르면, 금융기관 소유기업의 차입금 의존도가 금융기관 미소유기업에 비해 90~97년 동안 계속 높았다. 특히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7년도에는 차입금 의존도의 격차가 더욱 확대, 10%를 넘었다.
또한 기업의 차입금 대비 이자비용도 금융기관 소유기업이 미소유기업에 비해 낮고, 이 또한 1997년에 금융기관 소유기업과 미소유기업간의 격차가 현저하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같은 결과에 대해 『재벌금융기관들이 관련 계열사에게 낮은 금리로 과도하게 자금을 공급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며 『특히 97년에 격차가 확대된 것은 재벌 금융기관이 외환위기를 전후해 부실 관련사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지원한 결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사금고화 방지 대책=먼저 비은행 금융기관의 지배 대주주에 대한 자격요건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대주주가 비금융 재벌 또는 기업과 관련이 있으면, 그 자격요건을 관련 계열사 및 기업의 재무건전도(부채비율 등)와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부당내부거래실적과 연계해서 규정한다.
만약 이같은 요건을 지키지 못하면, 경영권 행사를 즉시 제한하고 동시에 소유지분을 일정기간 이내에 축소토록 해야한다.
최근 금융기관의 업무규제 완화 등으로 금융의 겸업화가 진전됨에 따라 이같은 소유자격 요건은 은행권에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같은 소유자격요건 강화방안이 재벌의 정치적·경제적·사회적 영향 등으로 실효성이 없을 경우, 한시적으로라도 재벌의 비은행 금융기관 소유를 이해상충의 폐해를 줄이면서 금융기관 경영에 대한 감시유인을 제고하도록 일정수준의 소유한도를 부가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재벌의 금융지배 보완장치=그러나 이런 방안들은 재벌의 금융지배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므로 다음과 같은 보완장치가 있어야 한다.
먼저 금융감독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이해상충행위의 유형을 법적으로 적시해야 한다. 또 감독기준과 방화벽을 강화하고 금융기관 지배 대주주에 대한 여신제한을 강화해야 한다.
KDI 관계자는 『금융기관이 재벌계열사에게 예금자의 돈을 지원하거나 낮은 금리로 주는 등의 예금자와의 이해관계에 상충하는 행위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감독규제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함과 동시에 감독기능을 소홀히 한 감시자를 추궁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경쟁적인 금융산업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실물시장과 금융시장 내의 진입·퇴출장벽이 축소, 금융산업내에 경쟁이 촉진되도록 해야한다.
전용호기자CHAMGIL@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