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가 꺼져 있어 삐 소리 후… ."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 내정자는 5일에도 전화 통화가 안 됐다. 기자들이 홍 내정자의 집을 찾은 4일 밤에도 그는 연락두절이었다. 자정이 넘도록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그의 부인인 전성인 전 신한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도 "언제 오는지 모른다. (회장 임명된 것 가지고 기자들이)집에 오고 할 건 아닌 것 같다"고만 했다. 산은지주 회장을 맡을 분이 하루 만에 사라진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언론을 피하는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런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인수위원으로 일할 때의 사례가 있다. 당시 그는 "기자들이 무섭다"고 했다. 기자들을 피하기 위해 날씨가 좋은 데도 우산을 쓰고 출근하거나 취재하려는 기자의 팔꿈치가 스치자 "성감대를 만지지 마라. 여성부에 고발한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업계가 걱정하는 것은 홍 내정자의 '불통'이다. 산은지주가 어떤 곳인가. 자산 규모만 191조원으로 대기업 등 국내 산업지원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산업은행과 투자은행(IB) 업무를 하는 대우증권을 자회사로 갖고 있다. 정부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국민이 주인인 금융기관이다.
그런 곳의 수장이 되겠다는 사람이 대외 접촉을 꺼리고 검증을 받지 않겠다고 숨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홍 내정자 입장에서는 업무파악이 우선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장관이나 주요 기관장 내정자가 지명 후 왜 간담회를 열까. 국민에게 정책방향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기 위해서다.
인수위 시절 홍 내정자는 단 한번 얘기를 길게 한 적이 있다. NH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겸직이 논란이 되자 이를 해명하기 위해서다. 그때 기자들은 "본인이 필요할 때만 말한다"고 했다. 이런 식으로는 곤란하다. 당장 과거의 저서 내용이 현 정부 정책방향과 맞지 않는 것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지 않은가. 홍 내정자는 이제라도 수면 위로 나서 설명할 것은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