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이틀새 9달러 급락…향후 전망은 엇갈려

"고공행진 끝났다" "숨고르기일뿐" 팽팽
"경기 침체·美투기규제 추진등에 하락" 낙관론에
"이란 미사일발사·투기세력 상존…다시 급등" 맞서


국제유가가 이번주 들어 이틀새 9달러나 급락하면서 지난 2월부터 지속돼온 유가 고공행진이 이제 끝나는 게 아닌가 하는 기대감과 또 다른 고공행진을 위한 숨고르기 과정이라는 관망세가 엇갈리고 있다. 국제석유시장 전문가들은 올들어 유가급등이 세계경제의 기초여건(펀더멘털)을 무시한 채 지나치게 올라 조정이 필요하고 당분간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150달러의 밴드(변동폭) 사이에서 치열한 조정과정을 거치며 향후 방향을 정할 것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9일 이란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에 성공했다는 뉴스로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해 최근 이틀 사이의 유가급락이 일시적인 것이며 또 다른 악재가 쏟아질 경우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은 136.04달러에 마감해 하루 사이에 무려 5.33달러(3.8%) 급락했다. 이날 하락폭은 달러 기준으로 1991년 걸프전 발발 이후 최대폭이며 변동폭으로도 올 3월19일 이후 4개월 만의 최대이다. 이틀 사이 국제유가 하락폭은 배럴당 9달러로 하락폭은 6.4%에 이른다. 하지만 9일 이란 미사일 발사 직후 WTI 장외가격은 배럴당 137.10달러로 올랐다. 미국의 독립기념일(4일) 연휴를 마치면서 개장한 NYMEX에서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딜러들 사이에서 기름값이 지나치게 올랐다는 인식이 확산된 탓이다. 유가 고평가론자들이 첫번째로 드는 것은 세계경기 침체로 국제 석유소비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소비감소로 지난주에 휘발유 값이 1.2% 하락했다. 유가가 오르면 소비가 줄어들어 유가를 끌어내리는 시장 원리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8일 미국의 올해 석유 수요량이 전년 대비 하루 40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9만배럴 감소할 것이라던 기존의 전망치에 비해 40%가량 더 늘어난 것이다. 아울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연내 200달러로의 지나친 쏠림이 예상치 못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는 관측이 나온다. 따라서 연초부터 시작된 원유시장 랠리가 이제는 끝나는 것 아니냐는 낙관적인 기대도 고개를 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 전문가들 사이에 이번 유가하락을 유가안정의 신호탄으로 인식하는 부류와 일시적으로 장을 빠져나간 투기세력들이 시장에 재진입하면 원유가격이 다시 상승 반전할 수 있다는 신중론으로 나뉘어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의회가 투기세력의 원유시장 거래를 규제하는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도 국제 유가를 끌어내리는 힘이 됐다. 멕시코만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버사가 당초 예상과 달리 원유생산시설이 밀집돼 있는 미 텍사스 남부 지역을 비켜갈 것으로 예상된다는 소식이 더해졌다. 또 3일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유럽권의 경기침체를 우려해 더 이상의 금리인상은 고려하지 않겠다고 시사한 것도 달러 하락에 의한 유가상승 압력을 낮췄다. 일본 홋카이도에서 열린 선진8개국(G8) 정상회담에서 참가국들이 최근의 유가 상승세에 우려를 표시하고 산유국들의 증산을 촉구했다는 점도 유가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톰 벤츠 BNP파리바 에너지 애널리스트는 “이번주 유가가 150달러선을 단숨에 돌파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와는 반대로 움직이면서 시장에 유가가 하락할 요인이 축적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지난 1주일간 차익을 실현한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들이 실탄을 충분히 비축한 터라 앞으로 이들의 움직임에 따라 시장 판도가 새롭게 바뀔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유가하락을 틈타 새로운 투기세력이 시장에 가담하면서 유가의 변동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번 유가급락을 일시적 하락으로 보고 이를 매수 적기로 파악한 투기세력들이 원유 상품시장에 진입해 다시 유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크리스토퍼 메니스 뉴웨이브에너지 회장은 “일시적인 유가하락을 틈타 유가시장에 재진입하고자 하는 투기세력들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원유투자자인 분 피컨스 BP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8일 CNBC의 한 프로그램을 통해 “국제유가가 이번주 들어 급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올해 안에 배럴당 15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원유시장은 기본적으로 투기나 달러약세가 아니라 수급에 의해 움직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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