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정부 손에는 채찍만" 불만

재벌그룹 지배구조 개선과 소액주주 보호 등을명분으로 한 규제조치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자회사 이사의 실책에 관해모회사 주주가 소송을 낼 수 있도록 한 이중대표소송제도까지 도입하겠다고 나서 자재계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17일 "주가조작이나 분식회계 등으로 피해를 본 소액주주가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 다른 주주들도 똑같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증권집단소송제도에 이어 이중대표소송제도까지 도입된다면 소액주주에게는 말 그대로 이중의 소송제기권이 주어지는 것"이라면서 "이런 제도를 채택한 국가는 전세계를 통틀어 3개국 정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증권집단소송제도나 이중대표소송제도, 출자총액제한제도, 금산분리 등 다른나라들이 예외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규제의 도입에는 적극적인 정부가 차등의결권제도, 독약처방(포이즌 필) 등 대부분의 국가가 인정하고 있는 경영권 방어제도의 도입에는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의 재벌정책에는 당근과 채찍이 조화돼야 하는데도 지금은 채찍밖에없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중대표소송에 관해서는 앞으로 상법개정 절차가 본격화되면 공청회나 대정부 건의 등을 통해 재계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겠다"고 밝혔다. 4대그룹의 한 임원도 "집단소송제, 이중대표소송제 등으로 어디에서 소송이 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책임경영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지금도 사외이사들 사이에서는 이사회에서 자칫 잘못 손을 들었다가 패가망신하는 수가 있다면서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임원은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취지에는 반대할 수 없지만현실적으로는 이런 조항들이 외국인 주주에게 악용될 수 있으며 KT&G의 경영권 분쟁으로 이 같은 우려는 현실화된 바 있다"고 밝혔다. 재계가 이처럼 이중대표소송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함에 따라 6월말부터 본격화할 상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정부측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재계는 상법 개정을 계기로 이중대표소송제도 등 규제조항의 도입 저지는 물론기업의 경영권 방어와 자금조달의 원활화를 위해 전환주식, 상환주식 등 다양한 형태의 주식발행을 허용할 것을 요구하는 등 공세적 전략을 펼친다는 방침이어서 정부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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