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공동 정보통신 연구 시급/선진국 기술표준 주도위해 세불리기 경쟁/국내기업 공동개발 뒷전… 로열티 지급 급급우리나라는 미국에 무슨 물건을 내다 팔고 어떤 상품을 사들여 올 것인가 하는 장사에만 혈안이 되어있을 뿐 그에 필요한 기술개발은 게으르다.
또 필요한 기술은 대부분 비싼 특허 사용료나 로열티를 주고 일방적으로 수입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어 첨단 분야의 기술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공동 연구를 통해 유망기술을 미리 확보하는 전략이 부족하다.
미국 조지워싱톤대학 국제과학기술정책센터가 조사한 「미국에서의 공동연구 벤처기업 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 85년말 현재 미국과의 공동연구에 있어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일본의 놀라운 경제성장은 독특한 공동연구전략에 기인한다고 판단, 지난 84년 공동연구를 규제하는 독점금지법에 예외를 두는 국가공동연구법(NCRA)를 제정하여 공동연구를 본격적으로 장려하기 시작했다.
이어 공동연구를 바탕으로 한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지난 93년 국가공동연구법을 국가공동연구 및 생산에 관한 법률(NCRPA·Natioal Cooperative Research and Production Act)로 개정하여 기업의 생산활동까지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95년말까지 전세계적으로 약 1만5천개의 기업·대학·연구소들이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5백75개의 벤처기업을 공동으로 설립하여 미국을 명실싱부한 세계 공동연구의 메카로 만들어 놓았다.
이들 벤처기업에서 진행되는 공동연구 내용을 기술 분야별로 보면 통신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환경·신소재·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공동연구가 활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술분야별 현황은 다음과 같다. ▲통신(22.8%) ▲환경(9.7%) ▲신소재(9.2%) ▲에너지(8.7%) ▲운송기관(7.7%) ▲소프트웨어(6.8%) ▲화학(6.6%) ▲반도체(4.7%) ▲제조장비(4.5%) ▲공장자동화(3.8%) ▲광학(3.7%) ▲계측·검사(3.7%) ▲컴퓨터(2.3%) ▲생명공학(1.7%) ▲의학(1.7%) ▲약학(0.5%).
통신을 비롯해 소프트웨어, 컴퓨터 등 정보통신분야에서 공동연구가 활발한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보통신은 다른 분야와 달리 기술표준이 많이 필요해 주도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세를 불리기 위해 공동연구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진국들은 이들 벤처기업에 참여하여 첨단기술을 미리 확보하는 것은 물론 기술표준을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공동연구가 활발한 기업들을 보면 미국은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정보통신분야는 벨코뮤니케이션·AT&T·IBM 3개에 불과하지만 외국기업은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8개가 정보통신분야에 집중되어 있다.<워싱톤=허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