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중재 대면협상' 성사될까

회교국 적십자사 통해 접촉…탈레반 수용땐 석방논의 '탄력'

우리 정부가 국제적인 비정부기구(NGO)의 중재를 통해 탈레반과 직접협상을 추진해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한국 정부가 적신월사(이슬람권 적십자) 등 저명한 NGO의 중재하에 협상에 나서려는 것은 이슬람 사회의 동정 여론을 얻는 한편 인도적 관점에서 인질석방을 유도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적신월사는 이슬람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NGO로 탈레반 측에서도 한국 정부의 제안을 쉽게 거절할 명분이 적어 NGO 중재를 통한 직접 협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6일 “국제적으로 명망 있는 NGO나 양측이 공감할 수 있는 저명 인사의 중재 또는 안전보장하에 탈레반 측과 접촉을 갖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 같은 방침이 추진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탈레반과의 대면 접촉 문제는 현재 아프간 정부를 통해 논의하고 있으며 NGO의 중재를 통한 접촉 방안이 본격 추진되는 것은 아니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NGO 중재를 통한 접촉이 추진된 또 다른 배경은 탈레반 측이 제시한 유엔의 안전보장을 통한 직접 협상이 사실상 물 건너 갔기 때문이다. 유엔은 자신들이 테러단체로 규정한 탈레반을 상대로 안전을 보장하는 데 상당한 부담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탈레반이 NGO의 중재를 받아들여 한국 정부와의 직접 협상에 나설 경우 인질 석방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 인질ㆍ포로 맞교환을 요구했던 탈레반은 포로 구출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실리적인 측면을 고려해 인질석방 조건을 변경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실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이날 메릴랜드 주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인질ㆍ포로 맞교환 불가’ 원칙을 재확인했다. 미국과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의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고 못박은 상황에서 한국 정부와의 협상 마저 무산될 경우 탈레반 측은 고립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탈레반은 한국 정부의 제안을 일단 받아들인 뒤 당분간 상황을 관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모든 경우에도 탈레반이 인질석방을 위한 전제조건을 바꾸지 않는 한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지고 장기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미국과 아프간 정부가 맞교환 요구에 불응함에 따라 현재 한국 정부와 탈레반 간에 논의되고 있는 대면 접촉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탈레반이 추가로 인질을 살해하거나 인질 중 일부가 질병으로 사망할 경우 미군 등 연합군의 군사작전이 단행돼 인질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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