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5월 1일] 盧전 대통령의 검찰출두를 보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하기 위해 봉하마을 사저를 출발하는 모습을 TV중계로 지켜본 국민은 하나같이 마음이 착잡했다. “대통령마다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전 국가 최고지도자가 검찰에 소환된 것은 세번째다. 국민의 자존심도 상하고 나라 체면도 정말 말이 아니게 됐다. 이럴수록 검찰은 법대로 비리연루 여부를 차분하게 밝히고 국민은 수사를 냉정하게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국민의 마음이 아픈 것은 ‘노무현 도덕정치’의 추락이다. 돈에 관한 한 깨끗하다는 점을 내세워 기대를 모았던 노 전 대통령이 돈에 관련된 비리 혐의로 검찰에 소환됨으로써 도덕정치의 허상이 드러났다. ‘가족과 인척’까지 관련돼 있으니 더 할 말이 없게 됐다. 노 전 대통령이 사저를 떠나면서 한 “국민 여러분께 면목이 없다. 실망시켜 드려 죄송하다”는 사죄의 말만으로는 국민을 달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검찰 수사의 초점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 전 대통령 조카사위에게 보낸 500만달러, 박 회장이 청와대에 전달한 100만달러, 박 회장이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건넨 3억원과 정 전비서관이 횡령한 대통령 특수활동비 12억5,000만원 등과 노 전 대통령과의 관련 여부에 쏠릴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은 성실하게 수사에 임해 상처 받은 국민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해주기 바란다. 노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포괄적 뇌물 혐의의 사실 여부를 떠나 전직 대통령으로서 비리 정황에 관련됐다는 것 자체부터가 문제다. 최고 통치권자로서 가족과 인척 및 측근 관리를 제대로 못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전직 대통령 자신은 물론 가족이 모두 비리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은 한국 정치권력의 후진성을 말해주는 비극이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이 같은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정치권에 경종을 울린다는 의미에서라도 진실을 밝히기를 기대한다. 검찰도 정치적 중립성에 기초해 전직 대통령의 비리 혐의를 법리대로 수사해야 한다. 수사 결과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불구속 기소해 국가의 체면이 더 구겨지는 일은 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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