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은행권의 순이익이 보험사보다 적을 게 확실시된다는 소식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과 지방·특수은행 등 국내 18개 은행은 지난해 6조2,00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반면 생명·손해보험을 합친 56개 보험사들은 지난해 3·4분기까지 5조1,000억원, 4·4분기 추정치까지 포함하면 최소 6조6,000억원을 거뜬히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보험사가 은행보다 돈을 더 번 것은 국내에 은행·보험사가 생긴 뒤 처음이다. 1897년 한성은행 설립 이후 100여년간 은행이 자산·이익 모든 면에서 금융업의 맏형 역할을 해왔던 걸 생각하면 상상도 못할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이는 불과 10년 사이 벌어진 일이다. 2005년 13조6,000억원이던 은행 순이익은 지난해 반토막이 났지만 같은 기간 보험사 순익은 3조3,000억원에서 두 배나 늘어났다.
문제는 전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가 불가피한 현실이어서 은행들의 이자마진이 줄어 수익성이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사정이 이렇게 된 데는 무엇보다 은행의 책임이 크다. 은행 스스로 위기를 불렀다는 얘기다. 수년 전부터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이 위태롭다는 잇따른 경고에도 변신은커녕 손쉬운 담보대출 위주의 이자 장사에만 매달렸다. 그러니 지난해 이자이익이 총이익의 90%가 넘은 데 비해 비이자이익은 10%에도 미치지 못한 게 당연하다. 해외로 나가야 한다는 충고에도 시늉만 내고 있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 은행들은 순이익에서 해외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40~50%에 달하지만 국내 은행들은 미미한 수준이다. 가장 성과가 좋은 신한은행이 8.3%에 그칠 정도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최근 열린 토론회에서 국내 은행이 고쳐야 할 낡은 틀로 담보 위주의 여신 관행, 이자수익에 대한 과도한 의존, 국내에서의 우물 안 영업 등을 꼽았겠는가. 금융에서 삼성전자와 같은 세계적 기업이 나오지 않는 원인과 처방전은 이미 나와 있다. 체계적인 전략을 다듬어 실천하는 것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