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시민사회의 질서를 깨뜨리는 불안요인이나 위협요인이다.” 직장인(노조원 또는 잠재노조원)들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노조 및 노동단체의 노동운동 방식에 대해 내리는 평가다. 서울경제와 취업포털 커리어의 설문조사(지난달 21일부터 4일간 직장인 1,540명 대상)에서 직장인 10명 가운데 7명(72.4%)이 ‘노조 및 노동단체의 노동운동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그렇지 않다(사회 불안이나 위협요소가 아니다)”는 응답은 20.2%에 그쳤으며,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 6.6%였다. 하루가 멀다하고 이어지는 가두시위, 툭하면 불거지는 폭력행사, 잊을만하면 다시 시작하는 각종 파업등에 대해 시민이나 직장인들이 참아낼 수 있는 ‘인내의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현재의 노동운동은 폭력적이라고 느끼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직장인들의 66.9%는 “과격하고 폭력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지는 ‘가두집회를 비롯한 노동단체의 집회나 다른 집단행동으로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54.9%(845명)가 “피해를 본 적이 있다”고 밝혔다. 노동운동이 과격하고 폭력적인 성향을 띠게 된 원인으로는 “대화 등 평화적인 수단 대신 폭력을 앞세우는 문화(51.9%)때문”이라고 지적한 직장인이 가장 많았다. 뒤이어 “민주노총을 비롯한 상급단체의 지시(25.5%)”, “정부의 강경대응(11.6%)”, “소수화되는데 대한 반작용(11.0%)” 등이 뒤를 이었다. 화염병과 보도블럭이 날아다니던 20년전의 가두시위 때 정부의 강경대응을 가장 큰 요인이라고 꼽았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인식이다. 특히 ‘노동운동의 폭력성’이 상급단체의 지시 또는 소수화로 내몰린데 대한 반작용 때문이라고 바라보는 것은 쉽게 말해서 지금의 노동운동은 ‘시민 대중의 눈높이와 맞지 않다’는 것을 나타내는 또 다른 표현으로 읽혀진다. 이 같은 평가의 결과물로 직장인들 대부분은 노동조합이나 노동단체가 내부 혁신을 통해 변화하지 않는다면 신뢰받고 지지받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직장인이 꼽은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과도한 노조 이기주의 (41.6%)’였다. ‘근로자간 양극화’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괴리 심화’를 지적한 이들도 4명 가운데 1명꼴인 25.5%에 달했다. 노동운동이 대기업, 정규직 위주로 진행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약자인 비정규직과 영세사업장 근로자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노동운동이 근로자들의 신뢰와 지지를 얻기 위한 방안으로는 스스로의 변화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가장 많았다. 노동운동의 내부혁신(57.1%)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절반을 넘었고, 기업의 자세변화(27.5%), 시민사회의 적극 개입(9.0%), 정부의 엄정대응(6.4%) 등이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직장인들은 우리 나라 건전한 노사관계를 위해 가장 먼저 개선돼야할 점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개선(33.1%)을 꼽았다. 이어 노조의 준법정신 회복(23.2%), 귀족화된 대기업 노조의 자기 양보(21.4%) 등이 뒤를 이어 권력화된 노동운동이 자신의 기득권을 양보해야 노사관계가 변화될 수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사측의 노조 존중(16.9%), 정부의 중립(5.3%) 등의 견해는 오히려 소수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