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론 놓고 '포스트 고이즈미' 힘겨루기

'포스트 고이즈미' 후보들이 소비세 인상 논의를 매개로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포스트 고이즈미' 4인방 가운데 한명으로 꼽히는 다니가키 사타카즈(谷垣楨一)재무상이 최근 "내후년 정기국회에 세율인상을 포함한 세제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천명한 것이 각축의 방아쇠를 당겼다. 소비세 인상 논의는 집권 자민당이 압승한 총선 이후 민생에 직결되는 최대 정치현안으로 떠올라 있다. 고이즈미(小泉) 총리가 집권 중 증세는 없다는 방침을 밝혀두고 있어 이 문제는차기 총리가 다뤄야 할 몫으로 고스란히 떠넘겨진 상황. 증세 방침이 자민당의 정권공약이기도 해 다니가키 재무상의 발언은 담당장관의원칙적 발언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내년 9월 당 총재선거를 앞둔 포스트 고이즈미후보들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차기 총리후보 1순위로 꼽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은 7일 회견에서 "우선 세출 구조부터 철저하게 고쳐야한다"며 견제구를 던졌다. 고이즈미 총리의 심복으로 떠오르며 포스트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한 다케나카헤이조(竹中平藏) 총무상은 8일 회견에서 "증세를 먼저 찾는 국가는 실패했다" "순서가 틀렸다" "(증세론자는) 형태를 바꾼 저항세력"이라며 강력한 어조로 비판을 쏟아냈다. 다케베 쓰토무(武部勤) 자민당 간사장은 "안이한 증세론"이라고 거들었고, 나카가와 히데나오(中川秀直) 정조회장은 "1번은 디플레이션 극복, 3번은 세출삭감, 5번정도가 증세"라며 각각 포위망에 가세했다. 경쟁자와 당 지도부의 벌떼같은 공격에 다니가키 재무상은 곤혹스러워하며 발언의 득실을 저울질하고 있다. 재무성 고위관계자는 재무상이 "포스트 고이즈미로서존재감을 보여주려고 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8일 기자들과 만나 일본 정치권에서 소비세 인상이 논의되기시작한 것에 흡족해했으며 지켜보자는 입장을 피력했다. 한편 아베 관방장관은 8일 토머스 쉬퍼 주일 미국대사와 총리관저에서 점심식사를 하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등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두 사람은 매달 한차례 꼴로 만나기로 약속했다. 지금까지 관방장관은 미국대사의 공관으로 초청받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만남은 쉬퍼 대사가 예방하는 형식이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포스트 고이즈미후보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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