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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사빅과의 합작 성사가 임박해지자 무함마드 알마디 사빅 전 부회장에게 "우리의 아이디어가 드디어 결실을 보게 됐다"는 내용의 옥중 서신을 보냈다.
그만큼 최 회장은 그룹의 도약을 위해 세계 최대 종합화학 기업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마음이 절실했다. 최 회장이 4년 전 뿌린 씨앗이 싹을 틔우게 됐다. SK종합화학은 세계 2위 복합화학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빅과 오랜 합의를 마치고 합작 법인을 설립, 선진국 기업들이 독점해온 고성능 폴리에틸렌 시장 공략에 나선다. SK종합화학은 사빅과 합작법인 SSNC(SABIC SK Nexlene Company) 출범에 합의했다고 5일 밝혔다.
사빅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지분 70%를 갖고 있는 국영 기업이다. 양사는 50대50 비율로 출자해 싱가포르에 SSNC를 설립할 계획이다. SSNC의 자산 규모는 7,100억원이며 사업 분야는 고부가 필름, 자동차 내장재 등에 사용되는 고성능 폴리에틸렌이다. 범용 폴리에틸렌보다 내구성·투명성·가공성이 뛰어난 프리미엄 제품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SK종합화학은 고성능 폴리에틸렌 브랜드인 '넥슬렌'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다우케미칼·엑손모빌·미쓰이 등과 겨루게 됐다. 이들은 고성능 폴리에틸렌 시장을 독점 생산하며 높은 수익을 내 왔다.
SK종합화학 측은 "합작법인 출범을 계기로 사빅과 손잡고 글로벌 마케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현재 상업생산 중인 울산의 넥슬렌 제1 공장에 이어 수년 내 사우디아라비아에 제2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에틸렌 생산량 세계 1위인 사빅과의 인연은 지난 2011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태원 회장은 당시 중동을 방문, 이전부터 친분이 있던 사빅의 알마디 전 부회장에게 합작을 제안했다. 이후에도 최 회장은 스위스 다보스포럼, 중국 보아오포럼 등에서 알마디 전 부회장을 만나 꾸준히 사업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양사는 긴 논의 끝에 지난해 5월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한 후 세부 사항을 논의하기 시작했고 SK종합화학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정철길 사장도 지난 3월 사빅 최고경영진을 만나 협상 타결을 진척시켰다.
차화엽 SK종합화학 사장은 "넥슬렌 원천 기술을 보유한 SK가 원료 경쟁력과 마케팅 역량을 갖춘 사빅을 만나 세계 시장을 공략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고부가가치 화학제품군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업그레이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