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협회가 지난달 교통사고 환자의 의료비가 의사들의 부당진료로 과다 지출되고 있다고 공식 발표하자 의료계가 `허위사실로 매도하지 말라`며 반발하고 있다.
당시 손보협회는 “교통사고 환자 입원율이 건강보험 환자에 비해 무려 52배, 1인당 치료비는 건강보험보다 8.5배 높은 실정”이라면서 “의사들의 무분별한 입원종용과 과잉진료가 근절되면 연 2,300억원의 보험금 누수는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협회는 “환자의 입원율이 높은 것은 의사들이 보험금을 인식한 환자들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고 경영상 입원을 적극 권유, 폭리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일본의 입원율은 1.7%이지만 한국은 38.5%나 된다”고 밝혔다.
교통사고 피해자는 타인의 과실로 피해를 봤기 때문에 보상심리가 강한데다 진료비 부담이 없어 최상의 치료와 검사를 요구하는 심리까지 깔려 있다는 것이 협회의 입장. 의료계가 이러한 환자심리를 이용해 고가장비를 과다하게 도입, 초음파나 엑스레이로 충분한데도 자기공명영상(MRI) 등 고가진단을 남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자동차보험 수가의 지속적인 인하로 적정 진료마저 위협받고 있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손보협회가 의료계 전체를 파렴치한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면서 책임자에 대한 문책과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손보협회의 입장표명과 의료계의 반발을 바라보노라면 우리 사회의 도덕적 준거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의료계도 나름대로 억울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의사들이 경영 때문에 입원을 권유하고 엑스레이면 충분한데도 MRI 검진을, 그것도 원가까지 부풀려 남발하는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손보협회가 발표한 MRI 원가는 외국산 신품(B급) 17만8,159원, 중고 A급은 10만8,826원. 하지만 MRI 원가는 감가상각비, 촬영기사 인건비뿐만 아니라 표본기관수와 장비가격, 평균 촬영횟수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도 차이가 있다. 한 명의 전문의가 배출되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고 의료가 생명을 담보한 지식산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드러나는 수치만으로 계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의료계는 반발보다는 손보협회가 일방적으로 매도만 하고 있는지 성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옳았다. 구미 선진국의 전문가들이 국민들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는 것은 무엇보다 자기반성에 철저하기 때문이다. 집단이기로 똘똘 뭉친 전문가 집단의 모습은 존경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
<박상영(사회부 차장) san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