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식 대차거래잔고가 급증한 가운데 최근 조선이나 건설주들에 대한 공매도가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주식 대차거래 잔고는 26조5,190억원으로 전년대비 65.6%(16조261억원) 증가했다. 대차거래 잔고는 이후에도 꾸준히 늘어 지난 8일 종가 기준 대차잔고 금액은 37조8,406억원으로 지난 해 말보다 42.7% 증가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함께 엔저현상으로 인해 국내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전망되면서 공매도를 염두에 둔 대차잔고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거래대금이 급감하면서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증권사들이 대차거래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삼으면서 대차거래 서비스를 확대한 것도 일조했다. 특히 대형증권사들이 프라임브로커리지 시장 선점을 위해 대차서비스를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했다.
대차 거래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최근 일부 업종에 대한 공매도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일 기준 최근 3주간 공매도 거래비율이 높은 업체들은 아모레퍼시픽(20.7%), 현대산업(17.0%), 동국제강(14.7%), 대우건설(13.9%), GS건설(13.0%), LG이노텍(12.6%), 신세계(12.6%), 현대미포조선(12.5%), 현대상선(12.0%), 두산인프라코어(11.7%) 등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현대산업, 대우건설 등 건설주와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주가 공매도 상위 종목에 포함됐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월 한 달간 지수 반등 이후 단기투자자들의 하락 기대가 다시 높아진 상황”이라며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부진한 이익전망과 밸류에이션 매력 감소가 최근 공매도 증가의 한 배경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건설, 조선 업종은 공매도 증가에도 불구하고 최근 시장보다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업종 대표종목들의 올해 이익전망은 아직 하향조정이 지속되고 있다”며 “작년 11월 이후 주가 반등으로 업종 밸류에이션도 매력도가 떨어진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상당수 건설사가 아직까지 올해 사업계획을 제대로 확정하지 못하고 있으며 현재 자금확보가 절실한 상황으로 건설업종에 대해서는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조주형 교보증권 기업분석팀장은 “건설업종 전체가 다 좋아질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며 “해외 시장에 경쟁력 있는 건설업체들 위주로 접근하는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선업종 또한 내년 외형성장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상선이나 해양시장의 발주소식이 많긴 하지만 실적으로 연결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상화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조선업은 자동차, IT 또는 여타 소비재와 달리 대규모 수주가 특정 월이나 분기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며 “수주가 집중되는 기간에는 호재성 뉴스가 많아지며 시장대비 초과수익을 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현 시점은 수주목표 달성, 상선 및 해양시장에서의 발주 증가 가능성이 다소 불투명하므로 단기매매 차원의 접근이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올해 수주목표를 채워도 대우조선해양을 제외하고는 2014년의 외형성장이 쉽지 않다”며 “수주 목표 달성 이후에도 향후 2년간의 밸류에이션이 시장 평균을 상회한다는 점은 중장기적 접근에 참고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