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람(고 박정희 대통령)의 후손이라는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의 발언을 문제 삼아 새누리당이 12일 원내 일정을 중단했다. 막말 파문의 여파로 이날 예정됐던 국가기록원 보유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예비 열람 일정이 취소되는 등 정국은 갈수록 꼬여가는 모습이다. 홍 의원의 막장 발언은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의 말마따나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대한민국과 국민을 모욕하는 것"이다. 대통령과 국민에게 공식 사과해야 마땅하다.
따져보면 새누리당도 잘한 게 없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방일외교를 "등신외교"라며 깎아내렸고 "개구리와 생긴 게 똑같다. 시도 때도 없이 지껄인다" "노무현이를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등 끊임없이 막말을 쏟아낸 사람들이 새누리당의 중심에 있다. 지난 대선 이후에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 발언을 거론하며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반역의 대통령" "이적행위자"로 폄하하고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식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강경대응에 나선 것은 민주당이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 등을 쟁점화하면서 새 정부의 정통성에 상처를 내려는 의도를 갖고 있어 방치할 경우 화를 키울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다. 국정원이 갑자기 정치게임의 한복판에 들어오고 말을 핑계 삼아 대화를 전면 거부한다면 정국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야가 소모적 정치공방에서 하루빨리 벗어나려면 국정원의 불법적 정치개입과 NLL 발언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급선무다. 앞서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도 NLL 공방의 종지부를 찍을 해법으로 "국회에서 NLL에 대한 여야의 분명한 공동선언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여야는 국가기록원에 보관 중인 남북정상 회의록과 부속자료, 국방장관회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국민 앞에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래야 신물 나는 정쟁에서 벗어나 국민들이 원하는 상생의 정치, 경제ㆍ민생 살리기에 앞장서는 국회, 그리고 국정원 바로 세우기도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