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산업이야기] <46> TV 위협하는 OTT 서비스

인터넷 통해 미디어 콘텐츠 제공
방송패러다임 변화 주도
한국 IT 인프라 세계적 수준
여건 좋아 성장가능성 높아


예전에는 TV 시청이나 영화감상은 많은 사람들이 여가시간을 활용하는 대표적인 취미활동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내 취미는 드라마나 영화감상"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취미가 없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고백하는 표현이 돼버렸다. 집이나 영화관뿐 아니라 출근길 지하철에서도 '다시보기' 서비스로 가능하게 된 드라마나 영화감상은 취미활동이라기보다 일상생활에 가깝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앞서 언급한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다시보기 서비스는 대표적인 OTT(Over-The-Top) 서비스이다.

OTT 서비스란 방송 및 통신 사업자나 제3사업자가 인터넷을 통해 드라마·영화·오디오 등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OTT 서비스의 특징은 소비자 주도, 저렴한 가격, 다양한 단말기 사용으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OTT 서비스는 기존 방송의 일회성·단방향성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원하는 영화나 TV 프로그램 등 동영상 콘텐츠를 온디맨드(On-Demand) 방식으로 제공한다. 다음으로 방송 전용망이 아니라 범용 인터넷망을 사용하기 때문에 유료방송 사업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세계 OTT 서비스 시장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다. 넷플릭스(Netflix)와 훌루(Hulu) 등의 업체는 이미 기존 유료방송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OTT 서비스의 표준을 제시하고 있는 넷플릭스의 발전이 눈에 띈다. 한국은 유료방송사인 CJ헬로비전의 티빙(Tving), 공중파 방송사가 연합해 만든 푹(Pooq), 주요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OTT 서비스 등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전통적인 방송 서비스인 유료방송이나 지상파 방송에 비해 매우 낮은 시장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전세계 온라인 동영상 시장은 지난 2011년 55억달러에서 오는 2021년 212억달러로 연평균 14.4%씩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고 정보기술(IT) 인프라가 세계적 수준에 이르는 등 OTT 서비스가 성장하기 위한 제반여건이 잘 갖춰져 있다. 그러므로 고품질의 우수한 콘텐츠만 지속적으로 공급된다면 OTT 서비스는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유망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OTT 서비스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콘텐츠 관련 전문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지상파 방송사나 유료방송사 등 전통적인 콘텐츠 제공업자들과 긴밀한 제휴관계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한편 정부는 방송통신 산업의 성장이라는 큰 틀에서 OTT 서비스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OTT 서비스는 넷플릭스 등 인터넷 동영상 기업과 기존의 유료방송사들 간의 경쟁관계에서 발전하고 있다. 코드커팅으로 요약되는 유료방송사와 OTT 서비스 업체 간의 경쟁은 기술을 진보시키고 서비스 개선을 자극하는 등 긍정적인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신규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시장을 빼앗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제로섬 게임의 성격을 가져 국가경제에 대한 기여도는 높지 않다. 미국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정부는 OTT 서비스와 유료방송 서비스가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해 방송통신 시장 전체의 규모를 키울 수 있도록 제도 및 규제를 정비해야 하겠다.

/글=백흥기 산업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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