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F서 불붙은 '북핵 외교전'

윤병세 외교·박의춘 북 외무상 접촉… 대화 물꼬틀지 관심

북핵문제를 둘러싼 남북간 외교전이 아세안지역포럼(ARF) 외교장관회의가 열리는 브루나이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30일(현지시간) 브루나이의 수도 반다르세리베가완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양자회담을 통해 대북 압박을 위한 중국측의 협조를 이끌어냈다.

윤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대화를 위한 대화보다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대화의 장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왕이 부장이 가까운 시일 내에 한 번 오셔서 구체적인 이행 사항 등을 협의했으면 좋겠다”며 대북 압박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했다. 왕 부장은 중국 측도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애쓰겠다고 답했으며 양측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윤장관은 이후 ‘제 14차 아세안+3 외교장관회의’에서는 아세안 국가 장관들을 만나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윤 장관은 이날부터 3일간 6개의 서로 다른 아세안 관련 다자회의에 참석하며 11개국의 외교장관과 양자 회담도 가질 예정이다. 특히 1일에는 6자회담 당사국인 러시아 외에 일본 외교장관과 각각 양자회담을 갖고 대북 압박에 힘을 싣겠다는 방침이다. 이중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교장관과의 회담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얼어붙었던 한일관계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차 핵실험 이후 국제적 고립이 심화되고 있는 북한도 상황 반전을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박의춘 북한 외무상은 이날 브루나이에 도착, 이달 3일까지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회동 외에 베트남, 인도, 러시아 외교장관과의 양자회담을 준비 중이다. 북한 대표단에는 리흥식 국제기구국 국장 및 장용철 말레이시아 주재 대사도 포함돼 있다.

특히 북측은 2일 공개될 ARF 외교장관회의 의장성명 초안에 미국의 대북 제재 철회와 관련된 문구를 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외교 소식통이 입수한 북한측 초안에 따르면 "북한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이루려는 노력을 지속하겠다"며 "북한은 자신들에 대한 적대정책이 핵문제와 한반도 지역의 긴장을 악화시키는 근원으로 즉시 이를 중단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는 내용을 포함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윤장관과 박 외무상은 1일에는 브루나이 국왕접견을 공동 예방하고, 2일에는 ARF 외교장관회의에 함께 참석할 예정이라 이들이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남북간 대화통로는 완전히 단절된 상황으로 이들의 접촉이 남북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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