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금리 인상 임박…한국에 어떤 영향 있나

주식·부동산 시장 자금유출 여부 관심…엔화대출 위험 관리 시작해야

오는 14일 일본은행(BOJ)이 6년만에 제로금리를 탈피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일본이 제로금리를 유지하면서 전세계로 흩어진 이른바 엔캐리 자금이 국내에 얼마나 있고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지 밝혀지지 않아 그 여파를 정확히 측정할 수는 없지만 자산시장과 외환시장에서 일정부분 영향은 어쩔 수 없다는 분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 주식.부동산시장 영향 예상 = 일본의 금리 인상은 엔 캐리 자금을 자국으로 소환하면서 우선 한국 주식시장의 수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엔 캐리 트레이드란 일본에서 제로 금리로 조달해 전세계 자산에 투자하는 자금으로 한국에 대한 일본의 직접투자와 엔화 대출을 받은 한국 기업 및 자영업자들의 자금 사용에 의해 움직인다. 이 자금은 주식.부동산 등 한국의 자산 가격이 상승하는 과정에 개입했을 개연성이 충분하며 반대로 일본이 금리를 인상하면 이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주식 및 부동산 시장이 조정을 받을 가능성도 커진다. ◇ 한국 콜금리에는 큰 영향 없을 듯 = 일본은 재정적자 규모가 워낙 커 일본 정부측의 금리인상을 견제하는 압력도 만만찮다. 한국에 비해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이다. 때문에 일본이 추가로 금리를 연쇄적으로 올리기는 힘들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일본의 이번 금리인상이 한국의 콜금리 인상을 압박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는 힘들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은 일본의 금리인상 자체가 통화정책에 큰 변수가 아니라는 입장이며 오히려 엔화 강세에 따른 원화 동반 강세에 더 주의를 기울이는 형편이다. 이러한 엔화강세의 영향이 한국의 수출.수입에 더 큰 충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일본의 금리인상은 충분히 예견돼 온 변수였기 때문에 금리인상 결정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보다는 향후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일본 중앙은행 총재의 코멘트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엔화대출 위험관리 나서야 = 금리 인상으로 엔화 자금을 쓰는 가격이 비싸지면 엔화 대출을 받은 기업들의 채무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엔화대출은 국내 은행들이 일본의 저리 자금을 받아 기업들에 연 2~3% 저금리로 대출해준 자금이다. 금리가 싼 데다 환차익까지 가능해 일부 자영업자 및 전문직 종사자들까지 엔화대출을 받은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지난해말과 올초에는 환차익으로 이자를 모두 납부하고도 남아 더욱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일본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가 덩달아 오를 것으로 보인다. 또 일본 금리 인상으로 엔화가 원화에 비해 강세를 나타내면 환차손까지 입을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들은 올 초부터 엔화대출을 줄일 것을 권고해왔다. ◇ 실제 영향력 얼마나 되나 = 이론적으로 일본 금리 인상은 외환 및 자산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관측되지만 실제 파급효과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시장에 널리 알려진 재료는 더 이상 재료로서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는 오래된 시장의 논리 때문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일본 금리 인상은 시장에서 이미 예견돼 가격에 모두 반영돼 있다"며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미토모미쓰이뱅킹코프(SMBC)의 우노 다이스케 스트래티지스트도 "일본은행이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결정하더라도 시장의 반응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선임연구원은 "시장에서 어느 정도 예상은 돼 있지만 엔화로 대출을 받아 쓰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자를 더 내게 되면 반응이 곧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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