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홍씨, 11년간 노인·장애인들에 지팡이 1만7000여개 선물

'명아주 지팡이 기부천사' 이상홍씨


충북 충주시 주덕읍사무소에서 운전원(공무원)으로 근무하는 이상홍(54)씨는 '명아주 지팡이 기부천사'로 통한다. 그는 지난 2001년부터 올해까지 명아주 지팡이 1만7,000여개를 만들어 대한노인회 충주시지회와 시내 25개 읍ㆍ면ㆍ동사무소, 장애인복지관 등을 통해 노인ㆍ장애인들에게 선물했다. 올해 정성스레 키워 10월 초 수확한 명아주 줄기로 내년에는 1만개의 지팡이를 만들 계획이다. 이씨는 2000년 노인의날(10월2일)을 맞아 청와대가 읍사무소로 보낸 명아주 지팡이 '청려장'을 본 뒤 가볍고 단단해 몸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했다. 이후 자신의 밭과 시유지 공터 4,200㎡에 명아주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재배 첫해에는 일이 서툴러 200여개의 지팡이를 만드는 데 그쳤지만 이듬해부터 주말과 퇴근 후 시간을 이용해 명아주밭에 밑거름을 주고 지주대를 설치하는 등 정성스럽게 가꿔 매년 1,000여개 이상의 지팡이를 만들고 있다. 명아주는 2월에 파종하고 9월 말~10월 초 수확하는데 4~7월이 가장 바쁘다. 수확 후에도 읍사무소 인근 작업실에서 주덕읍 새마을지도자협의회와 공공근로자, 읍사무소 직원 등의 도움을 받아 한 달가량 줄기의 껍질을 벗기고 삶아 말린다. 이럴 때면 오전7시부터 오후4시까지 청소차 일을 한 뒤 저녁7~8시까지 작업을 하고는 한다. 내년에는 말린 명아주 줄기를 그라인더로 다듬고 사포질을 한 뒤 옻칠 대용으로 카슈칠을 해 1만개의 지팡이 완성품을 만들 계획이다. 이씨는 "농사와 제작 작업이 한창일 때는 너무 바빠 주말에도 좋아하는 낚시를 가지 못한다"며 "4~5년 전부터 시에서 배려를 해줘 공공근로자도 작업에 투입하고 있는데 대부분 빈곤층ㆍ노인층이어서 품질 좋은 지팡이를 만드는 게 어려움이 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지난 21년여 동안 충주시청ㆍ주덕읍사무소 등에서 행정ㆍ청소차 등을 운전해온 이씨는 그렇지만 "시청에서 일할 때는 작업장과 거리가 멀어 몇 년 전 읍사무소 근무를 자원했다. 몸이 불편한 노인들과 장애우에게 지팡이를 선물하고 그분들이 즐거워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껄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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