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 길 GQ에 있다] <1> 성을 쌓으면 망한다

"능동적으로 세계화에 나서자"
기업활동·생활여건 글로벌스탠더드 밑돌아
일부 정치·사회분야선 후진적 관행도 여전
국가이미지 제고·제도의 국제화등 전략필요


[선진국의 길 GQ에 있다] 성을 쌓으면 망한다 "능동적으로 세계화에 나서자"기업활동·생활여건 글로벌스탠더드 밑돌아일부 정치·사회분야선 후진적 관행도 여전국가이미지 제고·제도의 국제화등 전략필요 최형욱 기자 choihuk@sed.co.kr 서울경제는 우리 경제의 전환기였던 지난 96년 경제개발기구(OECD) 가입, 97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10주년을 맞아 지난해 말부터 연중 기획으로 'IMF 10년, 한국경제의 좌표는' 관련 시리즈를 세차례에 걸쳐 게재해왔다. 제4부 '선진국의 길, GQ(Global Quotientㆍ세계화 지수)에 있다'에서는 능동적인 대외 개방과 세계화를 통해 새 경제성장 모델을 구축하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여진이 남아 있던 지난 98년 11월. 일본과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무디스가 국가신용등급을 4차례나 하향 조정하자 자존심이 상한 일본은 무디스ㆍS&Pㆍ피치 등 국제신용평가기관을 역으로 평가하겠다고 반격했다. 하지만 결론은 싱거웠다.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인 일본도 국제 금융계의 논리 앞에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기 때문이다. 박재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서구 중심의 평가 기준이더라도 엄연한 글로벌 스탠더드"라며 "공정성이나 신뢰성 등을 인정받아 오랫동안 사용해온 잣대를 특정 국가가 갑자기 바꿀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도 선진국 도약을 위해서는 '우물 안 개구리'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대외 개방 전략으로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으로서는 제도 및 관행의 국제화, 국가 이미지 제고 등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반면 세계화 수준은 바닥권을 헤매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화로 기회 창출한 한국='성(城)을 쌓고 사는 자는 반드시 망할 것이며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1,300년 전 돌궐 제국의 명장 톤유쿠크의 비문에 새겨진 유명한 글귀지만 우리 경제의 역사를 그대로 드러내준다. 한국 경제의 성장사도 박정희 정부부터 노무현 정부까지 대외 개방에 따른 성장과 위기ㆍ응전으로 점철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는 산업 경쟁력 강화 및 경제 체질 개선도 개방을 통해 달성했다. 70년대 말 과자시장 자유화나 96년 유통시장 개방 당시에도 관련 업체들이 모두 망할 것이라는 주장이 많았으나 결과적으로 국내 업체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다. '단군 이래 최대의 국가위기'이라는 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도 지금은 '축복된 재앙'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 10년 간 고속성장에만 익숙했던 우리 경제가 내실을 다지고 선진국 도약을 위한 역량을 축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IMF에 의해 강제적으로 시행됐지만 글로벌 스탠더드는 일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수익성ㆍ투명성 향상, 금융 건전성 확보 등 한국경제를 질적으로 업그레이드시켰다. ◇세계경제와 동조화 심화=외환위기 이후 대외 의존도는 더 높아지고 있다. 다른 나라의 경기에 큰 영향을 주는 충격이 발생했을 때 우리 수출과 경기가 과거보다 더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기순환 국면은 1~2차 석유파동이 일어났던 70~80년대 초와 외환위기와 IT버블 붕괴가 발생했던 90년대 후반 이후 주요 교역국의 경기순환 국면과 일치하는 정도가 높게 나타났다. 주요 교역국 경기가 호황일 때 우리나라 경기도 확장기에 있었고 주요 교역국이 불황이면 우리 경기도 수축기에 있었다는 것이다. 최근 원화 강세에도 미국을 제외한 전세계 경기의 회복에 힘입어 수출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경제와 동조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90년 1ㆍ4분기부터 97년 2ㆍ4분기까지 외환위기 이전과 99년 1ㆍ4분기부터 올해 같은 분기까지 한국ㆍ중국ㆍ미국 경제성장률의 상관 분석을 한 결과 우리나라와 미국 경제의 상관관계는 외환위기 이후 0.4725로 외환위기 이전(-0.5032)보다 커졌다. ◇기업 등 글로벌화 수준 더 높여야=우리 경제가 개방을 통해 성장했음에도 우리 경제의 GQ(Global Quotientㆍ세계화 지수) 수준은 아직 갈 길이 먼 상태다. 한국무역협회(2006년)에 따르면 한국은 국토면적(세계 223개국 중 108위)과 인구(27위)에 비해 경제규모(11위)ㆍ교역규모(12위)는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세계 시장점유율 1위 품목 수는 59건(17위), 세계 100대 브랜드에 포함된 기업도 삼성ㆍ현대ㆍLG 3곳(8위)에 이르렀다. 이에 비해 국제적 위상이나 신뢰도는 미약한 실정이다. 정부나 업체 상위 관리자의 국제 경험은 61개국 중 41위, 국제 경쟁력은 41위, 국가 이미지는 34위로 각각 평가됐다. 특히 외국 문화에 대한 수용도 역시 조사대상 61개국 가운데 55위에 그쳤다. 국내 기업 활동이나 생활여건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밑돌고 일부 정치ㆍ사회 분야에서는 후진적인 관행까지 남아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해외에서 한국의 이미지가 경제적으로는 활력이 넘치지만 국제규범을 제대로 따르지 않고 책임을 다하지 않는 국가로 인식되면서 유무형의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조병구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원은 "아직도 시장개방을 외국의 압력에 대한 굴복이라는 수동적인 통상관이 지배하고 있다"며 "공적개발원조(ODA) 확대를 통한 국가이미지 제고, 제도ㆍ관행의 국제화, 글로벌 네트워킹 촉진 등 능동적인 차원의 세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7/08/0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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