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연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200억원대의 가짜 경유를 조직적으로 유통시킨 일당이 검거됐다. 한국석유관리원과 서울지방청 광역수사대는 식별제를 제거한 등유를 경유와 혼합해 만든 가짜 경유 200억원대를 유통시킨 조직을 적발해 구속 1명, 불구속 8명 등 총 9명을 검거하고 1억6,000만원 상당의 가짜 경유를 압수했다고 28일 밝혔다. 조사결과 이들은 지난 2009년 말부터 정상휘발유와 경유에 용제를 혼합한 용제혼합형 가짜 석유를 만들어 판매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석유관리원이 용제 불법유통 단속을 강화하면서 용제 공급이 끊기자 판매방식을 전환해 등유혼합형 가짜 경유를 제조해 판매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등유와 경유를 단순 혼합할 경우 등유에 포함된 식별제가 검출돼 쉽게 단속된다는 점을 알고 단속을 피하기 위해 주유소 내에 있어도 의심받지 않는 탱크로리 차량을 개조해 내부에 활성탄과 부직포 등을 넣고 등유 식별제를 걸러낸 후 정품 경유와 혼합해 가짜 경유를 만드는 치밀함을 보였다.
제조 및 유통과정은 가족이 중심이 됐다. 탱크로리 제조 알선책인 김모씨는 작은 아버지로부터 활성탄을 이용한 등유 식별제 제거 방법을 전수받고, 박모씨를 통해 탱크로리를 개조해 이동식 가짜경유 제조차를 제작했다. 가짜 석유 제조 총책인 조모씨는 등유 공급이 급증하면 석유관리원의 추적을 받을 것을 우려해 동생과 지인의 명의로 충북 제천 소재 H알뜰주유소 등 다양한 브랜드의 주유소 11개 업소를 운영했다. 눈속임을 위해 임의로 알뜰주유소 등 다양한 정유사 브랜드의 탱크로리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강승철 석유관리원 이사장은 “등유에서 식별제를 손쉽게 제거해 가짜 경유를 만들어 내고 있는 만큼 이에 대응하기 위해 대체 식별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석유관리원은 이번에 적발된 석유사업자들에 대해 국세청에 탈세 등 조사를 의뢰하고 등유 공급업체를 추적 조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