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석영 사회부 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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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민들의 허리를 휘게 만드는 사교육비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며 야심차게 추진 중인 ‘2ㆍ17 사교육대책’이 100일을 넘겼다. 교육인적자원부는 EBS 수능강의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과외ㆍ학원수강 등 사교육비도 약 20% 가량 줄어들어 이 대책이 ‘성공궤도’에 들어섰다고 자평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 대책의 수혜자가 돼야 할 학생과 교사들의 평가는 사뭇 다르다. 교육부가 사교육대책 100일을 맞아 EBS 수능강의 교재뿐 아니라 강의 내용에서도 수능문제를 출제한다고 발표하자 학생들은 “학교수업만으로도 지치는데 방대한 EBS 수능강의를 모두 들어야 하느냐”며 볼멘소리를 했다.
교사들도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 시작했다는 사교육대책이 오히려 EBS에 출연하는 몇몇 강사들의 주가만 높여주고 교단의 위상은 추락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학생들을 TV 앞으로만 내몰아 교사들을 방송시청이나 지도하는 사람으로 전락시켰다는 것이다.
EBS 수능강의를 시작할 때 안병영 교육부총리는 이 대책을 고열에 시달리는 응급환자에게 해열제를 투여하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우선 너무 높이 오른 열부터 식혀놓고 환자가 어떤 병에 걸렸는지, 또 그 원인은 무엇인지 찾아 치료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교육부가 EBS라는 해열제에 너무 매달린다는 느낌이다. 물론 수준별 이동수업과 평준화 보완 등 중장기적인 대책도 내놓고 있지만 쉽게 ‘성과’를 맛볼 수 있는 EBS 수능강의에 너무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교육부는 스스로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얼마 전 교장해외연수단과 함께 유럽의 교육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덴마크와 네덜란드를 방문했었다. 네덜란드의 고등학교를 찾았을 때 푸른 잔디로 뒤덮인 운동장과 각종 장비를 갖춘 어학실습실ㆍ과학실험실 등의 시설도 부러웠지만 생기와 활력이 넘쳐흐르는 그곳 학생들의 모습이 온종일 책상에 앉아 다리 한번 쭉 펼 수 없는 우리의 고3 학생들의 모습과 대비돼 안타까웠다.
결국 사교육대책도 지나친 교육열로 얼룩진 우리의 교육현실을 바로잡아보자고 내놓은 것이 아닌가. 이제라도 공교육이 바로 서고 우리의 아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방향으로 사교육대책의 키를 돌려야 한다. 이상론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이 행복해야 그들의 자질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고 개성 있는 능력으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