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32%가 정책에 투표… 희망의 싹 봤다"

강지원 매니페스토실천 상임대표


"북풍과 노풍이 정책선거를 삼켜 안타까웠지만 선거 결과에서 희망의 싹을 봤다고 생각합니다." 강지원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상임대표가 지방선거에 대해 말하는 동안 그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 있었다. 강 대표는 "선거전 초기에는 4대강 사업과 관련해 개발이냐 환경이냐를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졌고 무상급식 문제에 대해서도 복지에 대한 선택과 보편 사이에서 정책대결이 있었다"고 말하며 "이번 지방선거는 정책대결로 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천안함 사고에 따른 북풍과 노풍이 그것들을 다 삼켰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두 사안이 유권자들에게 감성적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거리에 나와 기자회견까지 했겠습니까." 매니페스토운동은 언론에도 할 말이 많았다. 강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도 선거공보물만이 후보자들의 정보를 구할 유일한 창구였다"고 지적하며 "구체성 없이 듣기 좋은 말만 있는 공보물로는 전혀 판단이 서지 않았다"고 자신의 체험을 설명했다. "선진국에서는 특히 지역언론이 정책을 검증하는 역할을 하는데 우리나라 언론에는 후보자들의 동향, 동정 스케치만 나온다. 이게 이미지와 바람 중심 선거에 이용당하는 것 같다"며 언론의 변화를 촉구했다. 그럼에도 그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지방선거 유권자 설문조사에서 전체의 32%가 후보의 정책을 보고 투표했다고 답한 게 그 근거다. 정당이 가장 우선시되고 공약은 2ㆍ3순위에 그쳤던 과거 조사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인 셈이다. 그는 "정당이 기준이 됐다는 응답도 26%를 차지했는데 넓게 보면 이것도 정책을 보고 투표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영남에서 민주당이, 호남에서 한나라당이 두자릿수 득표율을 얻은 것도 지역주의를 타파하고 정책선거로 넘어갈 발판이 됐다는 게 강 대표의 설명이다. 강 대표는 "다음 선거 때는 거리에 나가 기자회견 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기자의 말에 "그건 내가 정말로 바라는 일"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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