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펀드-태광 논쟁 새국면

법원, 주주명부 열람 허용… 실질주주명부는 제외
장펀드 "충분한 수확" 태광 "문제될 것 없다"

‘장하성펀드’로 불리는 한국기업지배구조개선펀드(KCGF)가 대한화섬에 대한 주주명부를 열람할 수 있게 돼 태광그룹과의 지배구조개선 논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그러나 법원이 장하성펀드에 대해 최근 소액주주 분포현황 등을 담은 ‘실질주주명부’의 열람은 허용하지 않아 양측의 득실이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는 장하성펀드가 대한화섬을 상대로 낸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허용 가처분 신청에 대해 “10일 동안 주주명부를 열람하거나 등사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주주명부는 명의상 주주만을 기재한 통상의 주주명부에 한정되는 것이지 증권거래법의 실질주주명부까지를 포함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실질주주명부는 증권예탁결제원을 통해 거래하는 주주들에 대한 최근 ‘세부명세’까지 담겨 있어 장하성펀드로서는 가장 이득이 남는 자료가 된다. 그러나 이의 열람이 제외된 장하성펀드는 사실상 올해 2월 말 열린 주총을 위해 지난해 말 작성된 주주명부만 볼 수 있게 됐다. 당시 대한화섬의 소액주주는 28.38%에 그쳤지만 이후 장하성펀드의 활동 이후로 거래가 크게 늘면서 소액주주 현황에도 변화가 많았다. 결국 장하성펀드로서는 대한화섬 지분매입 이후 추가된 다수의 소액투자자 현황은 찾아보기 힘들게 된 셈이다. 장하성펀드 측은 그러나 현재 법원이 내린 결정만으로도 충분한 수확을 거뒀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기존 명부의 소액주주들과 연락을 통해서도 상장폐지 위험에 대비하면서 경영참여와 관련한 추가적인 검토사항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며 “내년 초 주총을 위해 주주명부가 폐쇄될 때 다시 한번 주주명부 열람 소송을 내면 가장 최근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태광그룹 측도 ‘명분’은 놓쳤지만 크게 문제될 것 없다는 반응이다. 이날 법원결정에 대해 태광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고 당연히 따르게 될 것”이라는 입장만 밝혔다. 그러나 어차피 주주의 권리로 명시된 주주명부 열람에서 오히려 법원이 실질주주명부 열람 불허를 명시한 것이 앞으로의 논쟁과정에 힘을 실어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날 대한화섬과 태광그룹의 주가는 법원결정에 대해 뚜렷한 방향성 없이 보합세를 보이는 데 그쳤다. 대한화섬은 전일 대비 0.66% 내린 반면 태광은 0.82%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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