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시대 - 민주당 내홍] 비대위 속도 내지만… 비주류 "처절한 반성이 먼저" 파열음

문재인 "더 큰 국민정당 만드는데 시민세력 부족한 부분 채워야"
비대위에 외부인사 영입 시사
쇄신파 "문재인, 대표 대행 사퇴를"

민주통합당이 21일 대선 패배의 충격을 조기에 수습하기 위해 환골탈태를 겨냥한 쇄신형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비주류는 친노세력 2선 후퇴 등을 압박하며 "처절한 반성이 먼저"라는 입장이어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선 후보는 이날 거듭 대권에 재도전할 의사가 없음을 밝히면서도 "더 큰 국민정당을 만드는 데 역할은 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날 박지원 원내대표에 이어 이용섭 정책위의장까지 사퇴해 지도부가 완전한 공백 상태에 처하자 비대위 체제 전환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였다. 당내에서는 정세균ㆍ김한길ㆍ이인영ㆍ추미애ㆍ박영선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 등이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와 함께 비대위원장에 시민사회나 학계 등 외부인사 영입 가능성도 부상하고 있다.

문 전 후보는 이날 시민사회 출신 인사들로 구성된 선거대책위 시민캠프 해단식에 참석해 "정권교체를 이뤄보겠다는 꿈은 더 새롭고 좋은 분에게 넘겨야겠지만 새 정치를 만들어나가는 노력, 민주당을 보다 더 큰 국민정당으로 만들어가는 일만큼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당 대표 권한대행인 그는 특히 "민주당 힘만으로는 어렵고 시민사회세력에서 민주당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도 하고 민주당이 머뭇거리거나 하면 이끌고 견인해달라"고 말해 비대위에 외부인사를 대거 영입할 뜻을 시사했다.

문 대표 대행은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비대위를 구성한 후 정치 2선으로 물러나는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그는 전날 4선 이상 중진 의원들과 만찬을 가진 데 이어 이날 당 상임고문들과도 잇따라 만나 수습책을 논의했으며 이르면 이번주 말 비대위원장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 전 후보 측 관계자는 "현재 민주당은 대선에서 얻은 1,467만표를 온전히 담아낼 수 없다"며 "대선 득표율인 '48% 민주당'을 보존해 '국민정당' 창당 가능성까지 고려하는 비대위가 꾸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대위 구성과 새 원내대표 선임 등을 놓고 비주류그룹은 주류인 친노세력이 대선 패배의 책임을 서둘러 봉합하려고 한다는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박 원내대표 사퇴를 계기로 비대위 체제로 조기에 전환해 친노그룹의 힘은 유지하려는 속내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쇄신파의 한 의원은 "비대위 체제를 논의하기에 앞서 대선에서 왜 졌는지 뼈저린 반성과 평가, 성찰이 선행돼야 한다"며 "대충대충 넘어가려 한다면 단호히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친노 당권파가 4ㆍ11 총선 패배 후에도 제대로 된 평가 없이 넘어가다 오늘의 사태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쇄신모임 소속 의원 등 비주류는 먼저 대선 패배 이유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거쳐 처방을 모색하는 게 순서라며 친노그룹의 완전한 청산 등 책임론을 제기해나갈 태세다. 비주류 쇄신파 의원들은 오는 26일 자체적으로 대선 평가 토론회를 실시해 친노 인사들의 2선 후퇴를 압박할 계획이다.

또 문 전 후보 측이 당 대표 권한대행으로 비대위원장을 당 내외 인사 중 지명하거나 영입하려는 데 대해서도 비주류는 "즉각 문 전 후보가 대표 권한대행에서도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주류 측은 원내대표를 조속히 선출해 새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당헌은 원내대표 궐위시 1개월 이내에 의원총회에서 재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원내대표 경선이 대선 패배 이후 책임론 등을 둘러싸고 형성된 주류와 비주류 간 첫 세 대결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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