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씀씀이 4년만에 감소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가계가 씀씀이를 급속히 줄이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감소→생산감소→고용불안 등 악순환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2002년 연간 및 4ㆍ4분기 도시근로자가구의 가계수지동향`에 따르면 작년 4분기 2인 이상 도시근로자가구의 가구당 지출은 210만6,0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0.5% 줄었다. 가계지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보인 것은 지난 98년 4ㆍ4분기(1.9% 감소) 이후 4년만의 일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실질 소비지출은 166만4,00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5% 감소했다. 장경세 사회통계과장은 “특히 경제상황에 민감한 외식비 증가율이 4년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며 “이는 가계의 허리띠 졸라매기가 본격화됐다는 것으로 앞으로 경제가 예상보다 빨리 냉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소비지출의 경우 TV, 컴퓨터, 캠코더 등을 덜 사면서 교양오락비가 10.8%나 줄었고 승용차 구입을 자제함에 따라 교통통신비(-5.1%) 감소폭도 컸다. 반면 난방용 유류와 가스 사용량 증가로 광열ㆍ수도비는 18.8% 늘었고 월세(2.4%)와 주택설비 및 수선비(25.6%) 지출을 많이 해 주거비도 10.2% 증가했다. 부모들에게 보내는 송금이나 축의ㆍ부의금에 대한 지출도 -17.7%나 줄었다. 4ㆍ4분기 가구당 월평균소득은 280만4,000원으로 3.5% 증가에 그쳐 99년 2ㆍ4(0.4%)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소비자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소득은 259만8,000원으로 0.2% 증가에 그쳤다. <임석훈기자 sh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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